이미 지기 시작해야 할 매화와 벚꽃이 자기가 피어 날 시기를 놓치고 이제야 겨우 자태를 드러냈다.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하나님은 국민들이 봄철 꽃구경에 빠져 선거에 무관심할까 걱정도 하셨나 보다.

어쨌든 선거는 이제 끝났다. 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할 국회의원 당선자가 결정되었고 국정의 흐름을 이끌 다수당의 면모도 드러났다. 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 지도가 모자이크처럼 얼룩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뜻은 이번에도 우리나라 지도상에 명확한 색깔의 경계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국민의 뜻은 동서가 다르다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하는 정치인들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역적으로 정치 수준의 차이인 것인가?

뭐라 꼭 집어 판단하기는 그렇지만 국민들은 좀 신선한 이미지의 정치인이 등장하여 우리의 정치 문화를 바꿔주기를 원했다. 이번 선거에서 동서의 그림판에 서로 다른 점 하나가 찍어 지고 한 세대를 지속한 동서 양분의 굴레가 벗겨지는 것을 보고 싶어 했다. 부의(浮議)(떠돌아다니는 의견)나 중론(衆論)(다수 의견)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를 혁신시켜줄 것을 기대했다.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나타난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그 뜻을 모아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할 일만이 남아있다.
필자는 손자병법을 연재하면서 손자가 첫 머리 제1편 시계(始計) 편에서 주장하는 핵심이 곧 손자의 중심사상으로 이해하고 그 뜻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선거는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므로 시계 편에서 제시한 국력배양에 합당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선출되어야 한다고 피력한바 있다.

손자는 시계 편에서 강건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사(五事) 즉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오사 중에서도 가장 우선하는 요건은 도(道)라고 하였다.
道者는 令民으로 與上同意하여 可與之死 可與之生하여 而民不畏危也오.
즉 도(道)란 백성들과 지도자가 한 마음 한뜻이 되어 전쟁과 같이 국가의 존망이 달린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가히 함께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할 정도로 백성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도자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손자가 살았던 당시 전제 군주시대에서 군주에게는 국력을 키우고 전쟁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상하동욕(上下同慾), 즉 국민과 군주가 하나 되어 한뜻으로 뭉치는 것이 중요한 통치 덕목이었다. 어진 군주는 항상 백성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보살펴 강한 국가를 만들었고 무능한 군주는 도를 망각하고 권력의 맛에 빠져 국정을 농간하고 나라를 망쳤다.

손자병법 시계편에서 제일 먼저 도를 언급한 것은 국정 운영의 시작은 지도층과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선거에 의해 지도자가 선출되는 민주 공화정에서는 당연히 국민을 섬기고 따르는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국민과 소통하고 뜻을 결집시키고 이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자들은 국민의 뜻을 모아 국민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였다. 검소한 옷차림으로 허리를 숙이고 몸을 낮추면서 주민을 받들겠다고 하였다. 국민들은 뻔히 속는 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더 지켜보겠다는 인내로서 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제 그들은 4년 동안 진정성있게 자신의 noblesse oblige(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여줘야 한다.

손자가 허실 편에서 말했듯이 물에서 배우는 5가지 교훈 즉 병형상수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똑 같은 전략과 수법으로는 다시 이길 수 없다는 것과(戰勝不復), 물은 어는 곳에서도 어울리는 유연함이 있다는 것(水無常形). 물은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이 있고(避高趨下). 물은 흐를 때와 멈출 때를 알고 웅덩이에서는 쉴 줄도 알며(進退有節). 물은 강자의 여유로 포용력을 가지고 있음(迂直之計)을 알고 4년을 잘 꾸려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