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나무골 담양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했던 ‘한국대나무박물관’이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몇 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대나무박물관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명소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죽녹원이 조성된 후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연계한 대나무와 숲, 그리고 가로수길이 담양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결국엔 관광일번지 타이틀을 죽녹원에 내주고야 마는 신세가 됐다.

이에 담양군은 대나무박물관을 다시금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가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진행중인 외부공간 리모델링 공사이다.
이 리모델링 공사에는 건물 개보수와 광장바닥 분수 조성, 데크 설치 등 총 6억5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으며 이 중 군비가 4억원을 웃돌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면, 대나무박물관이 단순 전시.보존 공간을 넘어서 체험 및 볼거리, 즐길거리 제공 등 관광객이 다시 찾는 명품박물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담양군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연 그럴까” 하는 미심쩍은 시각도 적지않을 뿐더러 심지어 예산만 낭비하고 실속은 없는 리모델링 공사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대나무박물관은 죽종장 리모델링 9억8천만원, 전시실 리모델링 5억3천만원 등 내외부 시설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에 쏟아 부은 돈이 자그만치 20억원이 넘지만 관람객은 기대치 만큼 그렇게 늘지 못한 채 갈수록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결국 하드웨어적인 외부 리모델링 공사에 치중할 게 아니라 대나무박물관의 질적 내용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적 리모델링에 더 투자해야만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오래전에 필자는, 대나무박물관 외관 리모델링 보다는 지금의 불필요한 건물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상가건물 1개동을 아예 ‘대나무’ 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대나무 문화체험관’으로 꾸밀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죽세공예 명인도 상주해 상설 제작에 임하고, 관광객들로 하여금 대나무 공작체험 및 대나무 음식체험도 하게하고, 대나무 미술.문학 체험 등 다양한 공간활용 및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는 대나무문화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기에 죽녹원-대나무박물관을 왕복하는 관광마차와 관광자전거 전용코스(하천 자전거도로 활용)를 개발, 운용하면 죽녹원의 많은 관광객을 대나무박물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필자의 의견은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던 듯 싶다.

비록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도 있지만 요즘 시대에 박물관 외관이 보기 좋다고 구경 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대나무박물관은 외부 리모델링이 能事가 아니며 관광객을 되돌아오게 하는 척도도 아니다. 더 이상 쓸데없는 곳에 혈세를 낭비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