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라 전체가 온통 전쟁판에 빠져있다. 밖에서는 위성이냐 미사일이냐를 놓고 국가 간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라는 진흙탕 속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

손자가 살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국가의 생존을 위해 서로 합하고 나누고 싸우는 시대였다. 왜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보면 손자병법 자체가 권모술수의 정치, 정치를 실현하려는 전쟁, 그야말로 비열하고 치사한 전쟁에서 승리를 구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본다.

이번 선거전의 특징은 구태의연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혁이 핵심이다. 당명을 바꾸고 참신하고 깨끗한 인물을 기용하고 당의 정강정책도 바꿔 완전히 새판을 짜서 전쟁을 치르자는 것이다. 그래서 각 당은 젊고 다양한 계층의 인재를 선발하여 전면에 내세웠다. 제도권 정치판에 20대의 등장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여러 곳에서 개혁을 이끌고 선전하고 있다.

손자병법도 6세기경 손자라는 29세의 젊은 청년장군이 쓴 책이다. 청년장군 손자가 7년 동안 중국 양자강 유역에 있던 오(吳)나라의 군권을 맡으면서 오(吳)나라를 키워나갔던 생생한 현장보고서가 손자병법인 것이다. 공자, 노자와 같은 시대에 살면서 손자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생존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보고서는 권모술수의 정치적 야망을 군사적으로 구현해 주어야 하는 인간적 리더 손자의 리더십이 기술되어졌다. 단순히 전쟁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집단, 나아가 한 국가를 온전히 지키고 강하게 만들려고 했다. 오늘날 현대의 경영이론이 손자병법의 원리를 연구하고 적용하는 것은 지금의 모든 집단과 기업들이 전쟁과 같이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후면 각 당에서 공천한 장수들의 전투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승리하는 자에게는 모든 명분이 만들어지게 되고 지난 과정은 성공적인 전략과 리더십으로 포장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4년 동안 선택해 준 지역 주민과 국가를 위해 그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선택한 국민들은 어떤 기준으로 그들을 선택한 것일까? 그들의 지역발전을 위한 탁월한 리더십인가, 당의 얼굴인가.

손자는 군웅이 할거하던 그 시절, 리더는 어떠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였을까. 지금 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손자가 말하는 리더의 자질을 들어 보기로 한다.
손자는 위대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다섯 가지의 덕목을 갖춰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첫째, 實力이다. 철저하게 실력 있는 리더만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그 판단 속에서 대안을 만들어내고,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 所信이다. 자기를 임명한 보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책임진다는 소신이다. 셋째, 仁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랑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력과 소신과 어진 면을 지닌 리더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23명의 선수를 이끌던 그는 2002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골을 넣은 박지성 선수가 그에게 달려가서 안기는 장면은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다. 뛰어가는 박지성은 시험에서 백점을 맞았다고 시험지를 들고 엄마에게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박지성은 그가 없었다면 기회를 잡을 수 없었고 오늘의 인기를 얻을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

는 박지성의 능력을 믿었고, 어떠한 외압과 청탁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는 축구에 대한 전문적인 실력이 있었고, 1년 9개월 동안 소신을 갖고 조직을 끌고 나간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소신도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선수들과 따뜻한 교감이 있었다. 따뜻함이 없는 그였다면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고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바로 히딩크 감독이다.

전장의 일선 지휘관들은 실력도 있고, 소신도 있어야 하지만 따뜻해야 한다. 따뜻함이 없는 실력과 소신이라면 아름다운 장군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넷째는 용기다. 어려운 곳을 병사들보다 제일먼저 앞장서서 나갈 수 있는 용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어려운 상황에서 뒤로 빠지고 병사를 앞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엄격함이다. 엄격함이야말로 손자병법에서 꿈꾸는 위대한 장군의 중요한 항목이다. 손자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지만 제갈공명이 울면서 자기의 오른팔 마속을 베는 고사는 유명하다. 자신의 오른팔이고 전쟁터에서 수없이 많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지만 시스템을 어긴 그 장군을 용서한다면 적어도 또 다시 수백 명의 병력을 잃는 또 다른 패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장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의 일급참모 마속의 목을 벤다.

손자는 知信仁勇嚴, 실력과 소신, 따뜻한 인간애와 용기, 시스템주의를 숭상하는 엄격함이 위대한 장군의 자질이라고 선언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는 어떠한 장수를 뽑았는지 그 성적표가 곧 공개된다. 그리고 그 장수의 전장에서 성적은 부메랑이 되어 나와 내 지역으로 다시 돌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