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멘더링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Elbridge Gerry가 1812년 선거에서 자기 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조정했는데 그 부자연스런 형태가 불 속에서 산다는 전설의 불도마뱀인 salamander와 비슷한 데서 유래하였다.

오늘날 게리맨더링을 치사한 정치적 방법으로 여겨지는 것은 정치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선거철만 되면 꼭 이런 방법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각 나라는 이렇게 선거 때마다 지역구가 조정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여러 법적인 제동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국회라는 게 법을 만들고 폐기할 권한이 있는 입법기관이라서인지 꼭 200년이 지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게리멘더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정치적 후진성이랄까, 그야말로 정치인의 밥그릇 싸움인 욕심일까.

국회는 2. 27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법사위, 본 회의를 일사천리로 진행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 의결했다. 우리 담양은 주민들이 그렇게 반대했던 함평군ㆍ영광군ㆍ장성군과 통합선거구를 이루고 그동안 한 선거구를 이루었던 곡성군과 구례군은 순천과 광양시에 통합되었다. 물론 전남도의회도 2006년 그들만의 게리멘더링을 추진한 바 있지만 게리멘더링은 비열하지만 전국과 지역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는 생존의 방법이요 승리를 위한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손자는 제 4 군형(軍形)편에서 잘 싸우는 사람들은 적이 이기지 못할 나의 능력(전투력, 승리여건, 주도권)을 먼저 갖추고 적의 허점이 조성되기를 기다렸다(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待敵之可勝)고 하였다. 또 이기는 자는 先勝而後求戰 즉 이겨놓고 싸움을 하고 지는 자는 先戰而後求勝 즉 먼저 싸움을 시작한 후에 승리를 구하려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싸움을 잘하는 자는 미리 싸울 힘을 잘 길러두고 승부를 조작할 정도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병법에는 싸울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첫째가 통치 면적이 넓어야 하고 둘째는 지역 내에 자원이 많아야 하고 셋째는 싸울 군사가 즉 인구가 많아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손자는 제 6 허실(虛實)편에서 治人而不治於人 즉 내가 상대방을 내 의도대로 이끌어 나가는 전쟁을 해야지 내가 상대방에게 끌려 다니는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주도권 장악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의 주도권은 현재 입법을 주 무기로 하는 현직 의원들에게 있다. 입으로는 국민을 내세우지만 그들에게는 철저하게 그들의 생존과 승리가 우선이다. 힘의 원천인 선거지역, 풍부한 자금, 선거인들을 유리하게 조정하여 처음부터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드는 것이다.

전라남도는 이번 선거구 개편을 통해 나타난 현상이 있다. 즉 남강북약(南强北弱)의 지역 세력 판도다. 그동안 발전의 중심축이 어디로 지향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선거구 조정은 담양군민에게는 분통이 터지고 아쉬운 정치적 사건이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담양이 北弱 지역에 머물러 있어야 하겠는가는 자성도 필요하다.

손자가 말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의 넓이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재정능력을 키워야 하고 인구를 늘려야 한다. 힘이 없으면 담양은 언제든지 정치인들의 게리멘더링 놀이에 장난감을 면치 못한다. 이것은 미래 담양발전을 위해 지방정치인들이 무엇이 우선인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힘 있는 담양을 만들고 담양의 발전을 위해 광주에 지역을 통합하자는 움직임도 있었고 인구 증가를 위해 행정적 조치를 강구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역발상과 혁신적 정책을 개발하고 과감하게 추진 할 필요가 있다.

힘 있는 담양을 만드는 것이 독립적인 선거구를 갖는 것이요 선거에서 주도권을 갖는 중심 지역이 될 수 있다. 이번 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담양의 발전된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