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배우는 속담이다.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성공한다는 말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우리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고향을 찾아 그리고 자식들을 찾아 국민의 2/3가 이동을 한다. 유사한 전통을 가진 중국과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이동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속담처럼 일찍 일어나 출발할 수 만 있다면 교통체증을 피하여 편안하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손자는 병법 ‘虛實(허실)’편에서 先處戰地(선처전지) 而待敵者(이대적자)는 佚(일)하고 後處戰地(후처전지) 而趨戰者(이추전자)는 勞(노)라 하였다. 즉 먼저 싸움터에 도착해서 오는 적을 맞이하는 자는 편하고 싸움터에 뒤늦게 도착하여 싸움터에 끌려드는 자는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적보다 먼저 바삐 서둘러 좋은 자리 차지하면 전쟁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명절 고향 방문길도 先處(선처)하면 쉽게 갈 수 있으나 後處(후처)하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손자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당연한 말을 정리해서 기록한 것 밖에 더 있느냐는 평가도 나올법하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단순한 법칙도 막상 전쟁이나 경영에서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 손자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주도권을 잡고 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조금만 수고하면 얻을 수 있는 주도권을 여러 어려운 이유를 들어 빼앗기고 끌려 다니면서 고생하고 있다.

또 한편 손자는 兵形象水(병형상수)니 水之形(수지형)은 避高而趨下(피고이추하)하고 兵之形(병지형)은 避實而擊虛(피실이격허)하라고 하였다. 군대의 운용은 물의 성질을 닮았으니 물의 성질이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나아가듯이 군대를 운용할 때도 적의 튼튼한 곳을 피해 약한 곳을 치라는 것이다.

이런 원리(原理)·원칙(原則)을 이해한 가운데 지휘관은 시시각각(時時刻刻)으로 변하는 적의 상황에 대응하여 전략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전환하여 군대를 운용해야 한다. 이것을 손자병법의 兵形象水 이론이라고 한다.

손자는 물(水)의 특성을 어떻게 보고 군대의 운용에 적용하려고 하였을까? 첫째, 물은 어떤 그릇에도 담길 수 있고 조그만 틈만 생겨도 그 안에 들어가서 메울 수 있는 유연함이다. 물은 자기의 고정된 모습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이 될 수 있다. 이런 유연함이 물을 살아있게 하는 생존의 비결이다.

둘째, 물은 온 세상 만물을 자라게 하지만 절대로 자기 공을 자랑하지 않는 겸손함을 가지고 있다. 항상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처럼 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전쟁에서 승리하고 지지 않는다.

셋째, 물은 흐르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쉴 줄도 알고 억지로 웅덩이를 벗어나려고도 하지 않고 그 웅덩이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되었을 때 비로소 웅덩이를 넘어 갈 길을 간다. 물은 내가 나아가야 할 때인지 멈춰야 할 때인지를 안다.

넷째, 물은 돌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그런 강함에도 불구하고 흐르다 바위가 나타나면 슬쩍 돌아가는 강자의 여유가 있다.

이번 설처럼 꽉 막히는 도로교통의 흐름을 방송과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 우리는 대중매체와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도움으로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출발시간과 이동할 도로를 선택하고 움직인다. 4G Phone시대의 이런 문명의 혜택을 보면서 우리도 모르게 兵形象水 이론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전국 교통 흐름을 이해하고 먼저 출발하고 교통이 막히면 우회로를 찾는 이것이 귀성 전쟁의 주도권이고 손자의 兵形象水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