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란 백번 싸워서 백번이기는 것이 좋은 게 아니고 싸우지 않고서도 적을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라고 손자는 말한다. 즉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손자가 말하는 부전승은 싸움의 진행 단계인 ‘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에서 기인한다. 상대가 대항할 의도나 생각을 버리고 내 말을 듣고 나와 화해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伐謀다.

그래서 伐謀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선의 싸움방법이라는 것인데 그러나 이 단계가 실패하면 최종 단계인 攻城, 즉 적이 굳게 지키는 城까지 공략해야하고 그때는 인간 체면까지 짓밟는 극단적인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부전승은 상대가 나를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어야 하고(또는 그렇게 믿도록 해야 한다) 만약 내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에는 전쟁을 통해서 엄청난 피해가 따를 것이라는 위협이 먹혀 들어가야 한다. 결국 실력이 없으면 부전승을 이루어 낼 伐謀가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실력 없는 부전승은 없다고 봐야한다.

초한지에는 삼국시대에 漢나라의 유방을 도와 천하를 도모했던 한신장군이 있다. 한신은 초나라와 위나라를 차례로 격파한 다음 단 1만 명의 군사로 20만 명의 조나라 군사와 배수진을 치고 대적하여 승리했다.
이제 연나라와 제나라 만 격파하면 천하를 평정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신은 이 두 나라를 쉽게 이길 수 있는 묘책을 과거 자신과의 전투에서 패한 조나라 이좌거장군에게 자문을 구했고 이좌거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전쟁을 중단하고 우선 조나라의 백성을 위로하고 배불리 먹여라. 그러면 한신의 은덕이 사방에 소문이 날 것이며 이때 언변이 좋은 사람을 연과 제에 보내 한나라의 군사력을 자랑해 겁을 먹게 하라’ 것 이었다.
이좌거의 말대로 연나라는 지레 겁을 먹고 항복하였다. 이것이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한 부전승이다.

그러면 제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한신이 섬기는 유방은 한발 앞서 언변이 좋은 신하를 제나라에 보내 ‘내 부하 한신으로 하여금 제나라를 치도록 하겠다.’는 엄포를 놓았고 제나라는 순순히 항복했다. 한신을 잘 이용한 유방의 한수 높은 부전승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런 벌모가 가능할 것인가? 첫째는 힘(power)이 있어야 한다. 어떠한 힘이든 상대에게 겁을 주는 권력(權力)이나 금력(金力) 모두가 힘이 된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이런 힘 앞에 약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힘을 만들고 쓰기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한다.한신은 섬기던 유방에 의해 죽는다. 죽으면서 그는 ‘나를 알고 남을 알고 때를 알아야 하는데 나는 때를 알지 못해 죽는다.’ 했다. 힘이 중요하지만 어느 때인지 잘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익(profit)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이익’을 좇아 움직인다. 중국의 한비자(韓非子)는 ‘이익’이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라고 했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결국 ‘이익’으로 엮인 관계라고 보았다. 얻을게 없는데 충성을 다할 자가 어디 있겠는가.

셋째는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데 감동을 주는 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존경받을 만한 인격에 의한 감동,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에 의한 감동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부하의 등창을 입으로 빤 오기 장군의 리더십이 감동을 주는 리더십이다.

전쟁에서 벌모(伐謀)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기란 참 어렵다. 세상에 나와 조직을 이끌고 싶으면 ‘무엇이 사람을 저절로 움직이게 만드느냐’ 하는 벌모 차원에서 ‘힘’ ‘이익’ ‘감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