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辰年 새해를 맞이하여 거칠게 몰아 부치는 눈보라가 금년에도 우리들의 삶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담양읍에 들어오는 관문에 건물 전체를 덮은 대형 현수막이 그 눈보라 속에서 요란하게 펄럭거린다. 바로 4월 총선을 거쳐 여의도에 입성하고자하는 예비 후보자들의 출정신고 현수막이다.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후보자와 그 지지자들은 나름대로 승률을 타진해봤을 것이고 높은 당선 확률은 이들을 혹독한 선거전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2500년 전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후보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바로 知彼知己가 아닐까? 정말 너 자신을 알고 상대방의 구석구석까지 완전히 들여다보고 출마했느냐는 것이다.

손자보다 한참 후에 태어났지만 기원전 5세기 후반을 살았던 소크라테스도 이와 유사한 말을 했다. Know Yourself 너 자신을 알라는 것이었다.
孫子는 謨攻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故로 曰 知彼知己면 百戰不殆하고 不知彼而知己면 一勝一負하고 不知彼不知己면 每戰必殆니라” - 그러므로 적을 알고 자기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자기만을 알면 승부는 반반이고 적을 모르고 자기를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知彼知己면 百戰百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손자는 百戰百勝 대신에 百戰不殆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것이 아니고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즉 싸워 이겨도 심각한 피해를 입은 승리는 명분만 얻을 뿐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해 손자는 이어지는 軍形편에서 ‘自保而全勝’ - ‘나를 보존하고 온전한 승리를 거둔다.’는 말로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 즉 선거에 입후보한자는 ‘知彼知己’로 自保而全勝을 하라는 것이다. 선거를 치르면서 망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고 선거에 이긴 후에도 소송에 휘말리는 그런 선거전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知彼知己는 단순히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信念(신념)이나 주관적인 感(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한 비교 분석을 통해서 승부를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彼)과 나(己)의 강점과 약점, 이익과 손해,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출사표를 던질 것인지, 진퇴여부를 결정할 때 온전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선거철이 되면 자천타천으로 누구나 내(己)가 우세하고 상대방(彼)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판단하여 출사표를 던지고 개표 마지막까지 당선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당선만 되면 된다는 초법적 전쟁논리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설사 패배를 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능력이 아닌 상대방의 Dirty Play를 문제 삼으며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결론은 수많은 선거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不戰而勝 즉, 단일 후보로 입후보하여 싸우지 않고 당선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凡人들의 싸움 계산방식으로는 성립되기가 어렵다.
불나방처럼 불꽃을 향해 덤벼드는 용기에 앞서 냉철한 知彼知己로 불꽃의 유혹을 이겨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승리의 조건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야 한다. 온전한 승리를 위해서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필요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知彼知己를 통해 승리를 아는 다섯 가지 조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