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수(조선이공대 교수/前1179부대 부여단장)

손자병법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독자에게 손자의 병법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지를 맛보기로 들려주었지만 막상 손자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 것 같다.

손자는 기원전 600년 무렵 중국 춘추 시대 제(齊)나라의 낙안(樂安. 현재 산동성) 출신으로, 자는 장경(長卿), 본명은 손무(孫武)이다. '孫子'로 불리어지는 것은 탁월한 偉人의 姓씨에 子를 붙여 호칭하는 과거 중국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孔子 孟子가 다 그런 호칭의 방식이다.

이러한 손자에 대해서 중국 역사 기록에 따라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例를 들면 吳越春秋와 史記, 손자의 후손들 기록이 많은 唐書 등을 보면 孫武와 그의 孫子 손빈(孫?)으로 인해 혼동을 일으키는 부분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司馬遷이 지은 史記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손자가 살던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기는 수많은 제후국들이 몰락한 주(周)왕실을 대신하기 위해 패권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었다. 싸움의 성격도 앉아서 적을 기다리기 보다는 아무리 외견상 우호적이었던 이웃이라도 기회만 된다면 공격하여 세력을 넓히는 이른바 땅따먹기에 혈안이 된 시기였다.

천하를 지배하려면 먼저 전쟁에서 이겨야하고 지배하는 땅을 넓혀 나가야 했다. 이런 適者生存에서 仁으로 세상의 평화를 추구하고자 했던 당시 공자를 비롯한 제자백가들은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면서 지도자를 설득하고 백성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제후들의 입장에서는 强者存의 냉엄한 현실에서 책상에 앉아 이상적 평화를 갈구하는 이들의 생각에 동조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故國인 齊 나라의 내란으로 오(吳) 나라로 건너간 29세밖에 안된 젊은 손무라는 인재가 등장한 것이다.

영웅은 옥도 갈아야 제 빛을 발하듯 그를 알아보고 발탁했을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나타나는 법, 그러면 누가 이 손자가 뛰어난 지략가임을 알아봤느냐, 바로 초나라에서 도망쳐 오나라 합려 밑에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오자서(伍子胥)였다. 오자서는 손무를 합려(闔閭)에게 천거했다. 그러나 합려는 손무를 쉽게 신뢰할 수 없어 몇 번이고 거절했다.

史記에 일화가 있다. 손자를 등용하기 전 오나라 합려는 자신의 궁녀 180명을 훈련시켜 보라는 과제를 내렸다. 손자는 합려의 애첩 2명을 대장으로 임명한 후 간단한 제식훈련을 시켰으나 히죽거리며 통제에 다르지 않자 합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애첩 2명을 참수하였다. 대장 격인 궁녀가 처형되자 남은 궁녀들의 군기가 一絲不亂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결국 합려는 손무를 軍師에 임명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에 다르면 합려는 손자의 병법 13편이 적힌 죽간을 본 뒤 손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옥을 발견한 것이다. 그 안의 내용은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병법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었다. 공격적이었고 도전적인 바로 합려가 찾던 그것이었다. 생각 역시 ‘사람다움’을 강조했던 공자와 너무도 다른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옆 나라의 땅을 빼앗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던 합려에게는 십년 가뭄에 비를 만난 것이었다.

손자 역시 전쟁이라는 방법만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쟁의 방법은 사람의 심리와 전장의 다양성에 적응하는 상호작용을 중시하였다. "천지간에 사람보다 귀한 것은 없다"(天地之間莫貴於人), "갑옷의 견고함이 병사를 이롭게 하나, 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甲堅利兵不得以爲强)라면서 전회에서 이미 설명했던 全勝을 이끌어가는 병법을 구사했다.

이와 같이 손자의 병법과 오나라 합려의 욕망과의 조합은 수십 년간 질질 끌었던 초나라와의 전쟁을 한방에 끝내버리고 만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 살아가는 방법은 별 차이가 없다. 그러기에 손자의 병법은 아주 복잡하고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방식보다는 아주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