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이 뽑혔다.

교수신문이 최근 전국 각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6.8%가 ‘엄이도종’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것.

‘엄이도종’ 다음으로는 25.7%가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을 가진 ‘여랑목양(如狼牧羊)’을 선택했고,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다기망양(多岐亡羊)’ 이 21.1%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된 바 있다.

‘엄이도종(가릴 엄, 귀 이,훔칠 도, 쇠북 종)’은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것으로 진나라 진시황 시절 승상 여불위가 자신의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된 것으로 많은 문헌에 사용됐다. 춘추시대 범무자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종을 훔치려 했다. 그 도둑은 종이 너무 커서 망치로 쪼개려다가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 것을 두려워해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이 뽑힌데는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으로 자기만 듣지 않으면 남도 듣지 못한다 생각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차단한 채 독단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지도층의 행태를 꼬집은 것” 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한미 FTA비준, 4대강사업 등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일에 대해 무조건 강행하고 보자는 식의 국정운영 방식은 물론 측근비리, 선관위 디도스공격 등 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대로 일을 벌이고 나면 그뿐, 소통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올 한해의 나라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국정운영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생활정치도 그다지 다를 게 없다.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과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담양군과 議會의 지도자들은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 내세울뿐, 주위 얘기를 듣지 않고 여론을 외면하는 소통부재의 정책은 결국 ‘엄이도종’ 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풀뿌리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가장 기초단위가 바로 市,郡이라고 할 때, 저잣거리의 가십 거리가 될 ‘엄이도종’ 의 지도자로 기록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열린 사고를 갖고 매사에 임하는 지혜로운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