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살리기 사업이 여기저기서 민원이 생기는가 싶더니 어느순간 ‘우당탕’ 끝나고 말았다.
곳곳에서 환경훼손을 우려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지만 부지불식간에 후다닥 공사를 끝내버려 대부분의 구간에서 완공소식이 들려온다.

향후 어떤 환경문제와 재난이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벌써부터 어떤곳에서는 부실공사 논란이 일기도 한다. 공사 전부터 일부 예견되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성급하게 시행한 공사에서 ‘안전’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은 그 ‘안전’ 때문에 이제 언제 어떤 시점에서 어떤 시험대에 오를지 모를 일이다.

군정(郡政)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군민들이 잘 사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군수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사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차근차근 앞일을 잘 따져가면서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로는 관망하는 자세로 한 템포 쉬어 가면서 주위를 뒤돌아 보는 ‘느림의 미학’ 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뭐든 생각대로, 마음 먹은대로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 내기에는 무리수가 따르고 역부족이 될 수도 있다. 설령 할 수 있고 완벽하다 싶은 일이라 해도 욕심을 내 성급하게 추진하는 일은 나중에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다. 모든 일에 완급조절이 필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원칙이다. 하물며 회사를 경영하는 오너나 정책을 수행하는 지도자들에게 이 ‘완급조절’은 더할나위 없이 지켜야 할 중요한 철칙이다.

얼마전 ‘워낭소리’ 라는 영화가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엄청나게 흥행을 한 적이 있다. 이 영화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이유는 각박한 사회속에서 빠르고 성급하게 살아가느라 힘들고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영화속 주인공인 노인과 늙은 소, 그리고 ‘워낭소리’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소중함과 느림의 자세를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인천국제공항 가는 길에는 영종대교가 있다. 그 곳 영종대교 기념관에는 ‘느림보 우체통’ 이 있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 느림보 우체통은 이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지가지 사랑과 추억이 있는 사연을 담아 1년이 지나서야 편지를 전해준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시대, 시골마을까지 누비는 KTX와 고속버스, 퀵서비스와 패스트푸드....등 갈수록 더 빨리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에 왠 ‘워낭소리’ 와 ‘느림보 우체통’ 타령일까 하지만 우리는 쫌 느리게 살 필요도 있다. 모두가 빠른 것 위주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젖은 현대인들에게 ‘워낭소리’ 와 ‘느림보우체통’ 은 빠른 것에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 역시 너무 빨리, 너무 성급하게 세상을 살고 있는 게 아닌지... 하루라도 빨리 어떤 성과
를 얻기위해 성급하게 생각하거나 일을 벌이고 있지는 않는지,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