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이라는 말이 하루가 지나면 무색해질 정도로 최근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끊임 없이 진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어눌한 조선족 말투, 납치 협박 등으로 대표되던 기존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져 알고도 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수법이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는 것.

먼저 전화를 걸었을 때의 목소리다. 종전에 사기범들의 전화목소리가 기계음, 조선족 말투였다면 최근에는 ‘유창한 서울 말씨’ 구사와 함께 발신 전화번호 조작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담양읍에 거주하는 김 모(52세)씨는 “딸을 납치했다”는 전화를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발신번호가 딸의 휴대전화 번호였기 때문. 기존에 주로 국제 전화번호 등이 발신번호로 표시 됐다면 최근에는 검찰, 경찰, 금감원, 우체국, 은행 및 가족들의 번호 등으로 발신번호를 조작해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개인정보와 상황을 전개해나가는 수법도 마찬가지. 종전에는 개인정보를 잘 모른 채 무작위로 전화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정보를 이미 다 파악한 후 전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를 저지르는 상황 또한 단계적이고 사실적으로 전개해 피해자가 믿게끔 만든다.

자금이체 피해금액도 증가했다. 자동화기기(ATM) 등으로 유도해 피해자가 자금을 이체하도록 하는 종전 수법은 상대적으로 피해 금액도 적었다. 최근에는 인터넷뱅킹 정보를 빼내 카드론을 받고 직접 자금이체를 하기 때문에 피해 금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범죄의 대상 또한 금융거래 경험이 적은 주부, 노인 등에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젊은층도 피해를 입는 등 그 폭이 넓어졌다.

이처럼 전화 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남경찰청이 전화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만화 책자를 펴내 주목된다.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이 컬러판 책자는 전남지역에서 실제 발생한 피해 사례를 환급금 지급 빙자형, 카드대금 연체 빙자형, 자녀납치 빙자형 등 10가지 유형으로 분류, 만화로 엮었다.

또 민간인이나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직접 쓴 피해 예방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 빙자, 등록금 환급 등 신종수법은 물론 예방 수칙, 지난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액 환급에 관한 법률’ 내용도 실었다.

전남경찰청은 이 책자를 파출소, 관공서 민원실, 금융기관은 물론 농촌지역 주민들이 자주 모이는 마을회관까지 배포할 예정이다.

한편 담양을 비롯한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금융사기는 2009년 131건(17억원), 2010년 77건(8억5천만원), 올해들어 8월말까지 46건(5억2천여만원)이 발생하는 등 꾸준히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