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대한민국 최상위 부자들이 산다는 서울 서초와 강남에 났던 물난리는 전시행정이 빚은 전형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사업 이다, 디자인 서울 이다, 서울 숲가꾸기사업 이다 해서 눈에 보이는 사업에 예산을 쏟아부은 반면 도시하수관 확대사업은 예산 집행을 미루거나 부족한 예산타령으로 제대로 추진을 못하다가 그런 난리를 겪었다.

애당초 추진키로 한 하수관 교체 및 확충, 지하저류시설과 빗물펌프장 설치 등을 서둘러 진행했더라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도심 한복판이 물에 잠기는 사상 유례없는 ‘國格추락’의 물난리는 면했을 터이다.

요새 담양읍 시가지 일원에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이곳저곳에서 인도를 걷어내고 공사가 한창이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사업비 5억원을 들여 강쟁리에서 운교리까지 총연장 3.8㎞의 자전거도로를 개설하는 공사다. 자전거도로가 새로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오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녹색성장과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담양군의 정책 취지와 맞아떨어져 나름대로 살기좋은 담양 이미지 제고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도 해본다.

헌데, 지금 人道에 만들고 있는 자전거도로가 그 이용가치와 효율성, 여러가지 여건을 볼 때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또 혈세 낭비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존 人道의 보도블럭을 걷어내고 투수콘으로 포장하는 공사외에 달리 자전거도로라 할 만한 게 없을 듯 싶어서다. 보도블럭을 매끈한 투수콘으로 바꾼다 해서 인도가 자전거도로가 되는 것은 아니질 않는가.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 다니라는 작금의 人道라는 게 각종 이정표와 광고물, 가로등과 가로수, 전주와 통신박스 등 도로변 구조물이 무질서하게 난립해 사람 하나 다닐 수 없이 비좁은 마당에 자전거까지 다니는 소위 ‘人自道’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불을 보듯 뻔하다.

주요 공사구간인 담양공고앞-버스터미널간은 주로 공고생들과 담양여중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게 될 소지가 많아 긍정적 측면에서는 통학버스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많은 차량이 교행하는 大路변을 따라 비좁고 장애물이 천지에 널린 人自道에서 곡예하듯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 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실로 걱정이 앞선다. 사고 위험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이런 자전거도로 라면 오히려 안 만드는 게 낫다.

해서, 차후 이 자전거도로에서 예견되는 크고작은 사고를 걱정한다면, 비록 익산청 소관이라 할지라도 담양군은 “내 일이 아니다”는 책임회피 대신 지금이라도 자전거도로 다운 자전거도로를 만들도록 발빠르게 나서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