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농업인후계자들이 선진농업을 배워오겠다면서 지난달말 필리핀으로 해외연수에 나섰다.

이번 연수에도 담양군이 어김없이 수천만원의 경비를 지원해 줬다고 한다. 4박5일동안 필리핀의 농업선진지를 돌아보고 여러 가지 선진 농업기술과 시설을 배워온다는 게 그 취지다.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바쁜 농사일을 제쳐놓고 농업선진지 시찰 명분으로 해외연수를 떠나는 농업인들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당초의 목적대로 지역농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농업선진지 해외시찰 이라고 가는 곳이 매번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누가 보아도 후진국 일색이었던 탓도 있지만, 현지에서 방문하는 곳도 우리지역 농업현실에 접목하기에는 그리 적절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방문지 중에 그 나라의 관광지들이 적지않아 순수하게 농업선진지 시찰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양군은 해마다 고집스럽게도 농업인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농업인들 또한 해외에 나가려고 애를 쓴다. 선진농업을 배우려고 해외연수를 가는 것 자체는 그리 나쁠 게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정말 가야할 곳, 꼭 가야할 농업인들은 가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번 필리핀 해외연수 대상자도 전원 한농연 담양군연합회 임원으로 짜여져 정작 농업선진지를 둘러보고픈 수백명의 농업인과 한농연 회원들은 임원이 아닌 탓에 그 기회마저도 없었다. 농업인단체 해외연수는 이번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거의 매번 임원진 우선 순위로 해외연수를 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농업인들의 해외 선진농업 시찰은 취지와 달리 명분이 별로 없는 일처럼 보여진다. 가는 나라가 농업선진국도 아닌데다, 방문지도 관광지가 많고, 해외연수 대상자도 임원들 위주라면, 해마다 떠나는 해외연수가 과연 농업인을 위한 선진지 시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내에도 각 분야 농업 선진지가 수두룩한데 뭐하러 국외까지 나갑니까? 행정은 생색내는 것이고 농업인들은 군에서 돈 대주니까 손해 볼 것 없으니 한번 갔다오자는 식 아닙니까?
그런 돈 있으면 농업인단체 간부들 외유 보낼 게 아니라 정말 선진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품목별, 작목반 위주 농민들의 국내연수부터 시켜줘야 합니다” 며 열변을 토해 낸 지역의 한 농업인의 말처럼, 담양군이 이제라도 농업인 해외연수 지원사업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