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소목장’은 나무를 재료로 살림에 쓰이는 각종 세간살이를 만드는 장인(匠人)을 일컫는 호칭이다.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고 짜 맞추고 전통기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그들을 소목 장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담양 대덕면의 한적한 마을 한켠에 자리잡고 전통의 소목장을 접목한 목공예와 철공예로 우리들의 삶을 공예를 통해 꼼꼼하게 설계해주는 匠人이 있어 찾아보았다. 현대공예가 박병철(41)씨가 바로 그다.

미암일기의 고향 대덕면 장산리 ‘꼼꼼공방’ 주인장.

그를 찾아가는 길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골길의 정겨움 자체였다.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農路를 따라 걷는 길은 모처럼 만에 느껴보는 농촌의 초여름 풍경속에 빠져들게 했다. 향긋한 여름내음이 일렁이는 바람과 공기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미암일기가 있는 모현관과 연계정으로 올라가는 길목 언저리에 자리한 그의 공방은 생각보다 의외의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대덕면 장산리....‘미암일기’로 유명한 미암 유희춘 선생이 낙향해 한시절을 칩거했던 처가 마을이 바로 장산리. 지금도 미암일기(보물 제260호)가 보존되고 있는 모현관을 비롯해 얼마전 완공한 미암 기념관, 그리고 몇몇 유씨 문중 후손이 살고있는 아주 조용하고 고즈넉한 선비의 마을에 박병철 장인의 ‘꼼꼼공방' 팻말이 길 한켠에 서있었다.

어느 문중의 제각인지..바로 옆 문중 관리사를 빌려 쓰고 있는 그의 공방은 언뜻 공방이라기 보다는 목공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허름한 외관에 반해 내부는 각종 도구들로 가득차 있어 뭐든 만들 수 없는 것이 없을 것 같은 마치 ‘화수분’ 같은 공방 분위기였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속에서 작품에 열중하고 싶어 한적한 시골마을을 선택했습니다. 담양과의 인연은 아주 오래됐죠. 학생 시절부터 담양과 연을 맺었으니 20년은 족히 될 것 같습니다. 고향같은 느낌이 들어 그때부터 아예 대덕 장산마을에 자리잡고 산지 20년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담양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왜 좋으냐고 물으니, “그냥 좋다”는 것이다.
담양과 인접한 화순은 조금 번잡한 느낌이고, 장성은 고려시멘트 공장과 같은 거대한 건물이 읍내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삭막한 느낌이 들었지만 담양은 왠지 아늑하고 포근한 정서로 다가와 마치 고향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美大를 다니던 시절 작품 구상과 사색, 그리고 인생의 어떤 목적을 찾기 위해 우연히 담양을 찾았다가 담양의 곳곳을 안돌아 다녀 본 곳이 없을 만큼 샅샅이 탐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정착한 곳이 바로 대덕면 장산리였다.
그때가 1995년경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 아는 선배의 소개와 마을 주민의 권유도 있어 장산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중간에 잠시 도회지로 나갔던 것을 빼고는 줄곧 장산리를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작품활동에 몰두했다.

신비감과 생명력이 깃든 작품 큰 ‘매력’
그가 만드는 목공예 작품은 상당한 고가(高價)에 팔린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시간과 공력이 적지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그의 손끝을 거쳐가는 작은 작품 하나라도 혼신을 다해 영혼을 불어넣기 때문인지 작품에서 풍기는 느낌이 왠지 신비감과 생명력이 느껴져 사람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꽤 높게 쳐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로 아이디어가 번뜩일 때 작품제작에 나서다 보니 생활공예 보다는 작품성 공예품이 대부분이어서 먹고살기가 그리 녹록치는 않다고 했다.
지인들이나 단골 고객들의 요청에 의해 주문제작 하다보니 공예품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심혈을 기울여 만든 벽면장식등(燈)이나 테이블, 콘솔, 소품과 악세서리, 쥬얼리 등은 가히 예술성이 훌륭한데나 그만의 독보적인 작품성이 느껴진다. 그는 美大에서 목공예를 전공했지만 부전공으로 귀금속, 악세서리 공예를 한 탓에 장차 이 분야에도 작업을 준비중이다.

박병철 장인의 고향은 전남 강진이지만 학교 때문에 줄곧 광주에서 생활했다. 서석고를 다녔고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공예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어느날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6살 무렵이었던가 싶은데 당시에는 태엽을 감는 탁상시계가 있었는데 그것을 분해하며 놀다가 문득 껍데기를 벗은 시계의 몸체가 ‘충격’으로 다가오면서 갑자기 내가 갈 길은 바로 공작분야” 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가 걸어온 길이 현재의 그의 모습이다.

“미대가 아니었으면 공대를 갔을 겁니다. 헌데 미대를 선택한 것이 천만 다행이죠. 과학적인 계산성 보다는 직감과 느낌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감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제가...”
그래서인지 그는 항상 즉흥적인 아이디어나 몽환속에서 기억을 더듬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기도 하고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그의 작품중에 어떤 신비감과 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인 것 같기도 했다.

“담양은 문화예술적으로 복 받은 고장”
문화의 세기, 단체장 마인드가 가장 중요

담양에서 작품활동 중에 혹시 애로사항이나 담양군에 건의하고픈 게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단체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조예가 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21세기가 문화의 세기 이기도 하지만 자치단체를 경영하는데 있어서 요즘은 문화예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때문이죠. 한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서 이제는 문화예술분야가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런 분야에 대한 단체장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어요. 그런면에서 담양은 참 복 받은 고장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몇 번 뵌 적은 있지만 최형식 군수는 문화예술분야에 상당한 관심과 인적 네트웤이 있는데다 정말 훌륭한 마인드를 갖고 있더군요. 앞으로 담양은 문화와 예술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겁니다.”

그의 소망도 여느 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좀더 마음 편하게 작품에 전념할 수 있는 작업공방 하나 갖는 것이다. 다른 곳은 말고 바로 장산마을에 깔끔하고 심플한 작업공방을 마련하고 이곳에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게 그의 소망이자 꿈이다.

박병철씨는 오는 9월에 담양과 인접한 ‘옥과미술관’에서 특별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이번 개인전은 9월 26일에 시작해서 두달동안 열게 되는데 30-40점 가량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조금 특별한 개인전이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개인전 기간중인 10월 8일, 그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와 전시회장에서 결혼식을 갖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과 예술활동을 하는 동료들을 초청해 조촐하지만 좀 특별한 결혼식을 갖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광주에서는 무등조형회 회원, 담양에서는 담양군공예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