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유럽연합(EU) 등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로 위기에 처한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 입법화’가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한 논의가 예상되면서 ‘선대책 후비준’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준봉)는 최근 국내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대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한·EU FTA의 국회 비준을 저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농정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관련법 개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현행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FTA 체결로 피해를 본 농어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소득보전직접지불금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보전직불금 지원이 기준가격의 80% 미만으로 떨어져야 발동되고, 소득보전비율도 기준가격과 해당연도 평균가격간 차액의 80~85%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농연은 이를 FTA 체결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상시 발동할 수 있도록 바꾸고 소득보전비율도 9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FTA 체결로 혜택을 받은 산업이 피해 산업을 지원하도록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은 축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농연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에서 한·EU FTA 국회 비준이 논의될 것에 대비해 농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집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가 농업분야에 대한 사전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국회 비준을 추진하면 집회와 서명운동 등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농민연대(공동상임대표 윤요근·이준동)도 4월 중에 한·EU FTA 저지 등을 위한 ‘2011년 전국농민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정치권과 토론의 장도 마련해 한·EU FTA 체결에 따른 농업분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민연대의 한 임원은 “정부가 한·EU는 물론 한·미 FTA에 있어서도 관련 자료나 정보를 공개하고 토론의 장도 마련해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EU FTA 국회 비준 전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농업계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농식품위 소속 김효석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농연중앙연합회(회장 김준봉)와 공동으로 'FTA 농어업인 피해보전직불제 입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한미, 한-EU 등 동시다발적인 FTA가 진행되면서 국내 농업보호 대책인 피해보전직불제가 현장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화 해야 한다는 필요성 제기에 따른 것이다.

김효석 의원은 정부의 대책과 농업계의 요구사항 등을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수렴하고 바람직한 입법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농민단체 대표, 농식품부 관계자, 대학교수 등 각계 농업전문가들이 페널로 참가해 피해보전직불제 보전기준, 보전률, 물가상승률 반영 등 구체적인 사항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이전의 피해보전직불제 단점을 최대한 보완, 한-EU FTA 등 FTA 이행에 따른 농어업인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입법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FTA 농어업인 피해보전직불제’는 FTA이행에 따른 수입량 급증으로 피해를 입은 품목에 대해 해당 품목을 생산한 농어업인 등에게 경영안정을 위한 소득보전직불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 2004년 한-칠레 FTA 협정 이행시 도입돼 작년말에 종료됐다.

기존 'FTA 농어업인 패해보전 직불제‘는 해당품목의 가격이 80% 미만으로 하락했을 때만 발동토록 돼 있어 피해보전직불제가 도입 시행된 지난 7년간 단 한번도 발동되지 못했다.

또 직불금 지급수준도 지나치게 낮아 FTA에 따른 농어업인들의 실질적인 피해를 보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