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이 세상에 독불장군(獨不將軍)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고금(古今)이래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자기 혼자로는 지도자로서 역할을 100% 수행할 수 없고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항우와 싸워 이긴 유방 역시, 백만 정병을 거느린 불과 몇 명의 장수만을 지휘함으로써 천하를 통일하고 漢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이를 잘 설명해 준 고사성어로 '동주공제(同舟共濟)’가 있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함께 건너간다’는 뜻이다.

우리 역사에도 ‘동주공제’가 간혹 거론되는데, 세조는 어린 조카인 단종으로부터 임금의 자리를 찬탈하고는 “오늘이 있게 된 것이 누구의 힘이던가? 책훈의 은전을 거행하여 ‘동주공제’ 한 뜻을 표하라”고 신하들에게 하교했다. 세조를 왕위에 올리는데 앞장섰던 신숙주, 권남, 한명회 등 여러 사람이 공신 반열에 올랐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얼마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중 양국이 ‘동주공제’ 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대해 원자바오 총리가 “당신의 그 말에 감명 받았다" 며 손자병법에도 수록된 말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손자병법에서 ‘동주공제’는 많은 군사가 한 사람인 듯 손을 맞잡고 나아가도록, 즉 일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장수의 길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이다. 한마디로 지도자의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한 것이다. G20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회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동주공제(同舟共濟)’란 말을 세번이나 거론했다. 경제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자는 주문이었다. 자국의 이익과 글로벌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 미·중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 우리 곁에는 4대강사업 영산강살리기 담양구간, 담양습지와 관련해서 개발과 환경보존의 문제를 놓고 국가와 지방정부(담양군)간 이견으로 불협화음이 상당하다. 지역 환경단체도 세계적 하천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담양습지’ 생태계와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감으로 영산강사업에 적지않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때에 지역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들이 지역 국회의원과 군수, 도의원, 군의원은 물론이고 5만 군민들의 힘으로 결집돼 함께 배를 타고 건너는 ‘동주공제’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행여 ‘내 뜻대로 해야 돼’, ‘내 말이 무조건 옳아’ 라는 아주 편협되고 독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행한 언행을 한번쯤 돌이켜 보고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는 좋은 의미의 고사성어가 바로 ‘동주공제(同舟共濟)’이다.

굳이 ‘동주공제’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한 국가, 한 지역 지도자의 리더십은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소통과 화합’을 이루는 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지도자는, 구성원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萬事를 처리해 나간다면 이게 바로 ‘동주공제’를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