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2월 개학 후 또다시 주어지는 봄방학까지 합하면 거의 두어 달이다.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학생들 간의 성적에도, 생활태도에도, 미래의 모습에도 큰 폭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겨울방학 동안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뚜렷한 목표, 즉 비젼(Vision)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되새기는 것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원대한 목표를 갖는 동시에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체력과 능력을 갖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뚜렷한 비전을 가질 때 그것을 달성하려는 열정이 생기고 그 비젼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비전을 ‘꿈’이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겠다. 위대한 인물은 위대한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우리 담양의 청소년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큰 비전을 세우고 자기 자신 속에 숨어있는 참된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보기를 바란다.

둘째, 그 자기 능력을 키우고 비전을 이루어가는 첫걸음을 책을 많이 읽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요즘 세대는 비쥬얼(Visual), IT 세대라 책보다는 컴퓨터, TV, 스마트 폰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책, 독서가 주는 힘은 단단하고 포괄적이라 학교 성적이나 상급 학교 진학 시험,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혹자는 당장의 성적에 큰 상관이 없다고 말하면서 책 읽는 시간에 수학 공식 하나, 영어 단어 하나라도 외우는 것이 낫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책 읽는 것을 통해 얻어지는 사고력과 배경지식을 생각한다면 수학 문제, 영어 문제가 요구하는 우리 말 뜻을 몰라서 문제 자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여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볼 때 책은 많이 읽어 문제를 이해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사실 교단에서 ‘책 읽는 중요성’을 얘기할라치면 학생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항변한다. 우리 학생들이 여러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며 수많은 숙제와 수행평가와 시험 속에서 꾸준한 독서의 시간을 갖기란 참으로 어렵다.

온갖 종류의 만화책, 세계 문학 전집, 위인전, 한국 고대, 근대 소설, 심지어 무협지조차도 한 무더기 책을 쌓아 놓고 읽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로서는 하교하자마자 또 다른 수동적인 지식을 사러 사교육 시장을 떠도는 학생들이 가엾고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나를 포함한 어른들과 이 사회가 슬퍼진다.

그렇지만 작금의 현실을 피할 수 없다면, 이 속에서 또한 자투리 시간이라도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구나 지금은 긴 겨울방학이 아닌가? 부모님들은 집에서 TV를 끄고 컴퓨터를 거실로 끌어내어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집은 TV가 있지만 연결선이 없어서 거의 무용지물이다. 컴퓨터는 주말에만 이틀에 2시간씩 할 수 있다. 오누이인 아이 둘은 공부를 하다가, 책을 읽다가 심심하면 낙서를 하고 둘이 바둑알을 가지고 오목을 두거나 알까기를 한다. 연예계 뉴스나 스포츠 관련 뉴스 및 여러 정보는 신문을 통해 얻으니 친구들의 대화에 나름대로 동참할 수 있다.

나도 새해 들어 거의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있다. ‘하나님의 대사’, ‘그리스인 조르바’, ‘워런버핏 이야기’, ‘팔레스타인’, ‘빅피쳐’, ‘가난한 밥상’, 지금은 장하준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셋째, 영어, 수학 공부를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교육과정이 또 개정이 되었는데 역시 국, 영, 수 중심의 교육과정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국어는 꾸준한 독서의 힘으로 보강을 할 수 있지만 영어, 수학은 철저한 계획과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임하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 강의 등 외부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하는 척하지 말고 ‘미쳐라’라는 말을 종종 한다. 영어에 한 번 미쳐보라는 말이다.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날마다 어휘 50개씩 외우기, 영어 독해 지문 하루에 2-3개씩 풀어보기, 영어소설 읽기, 영어듣기 프로그램이나 CD 하루에 10분씩 꾸준히 듣기, 자신에게 맞는 영어문법 책 택하여 똑 같은 문법 책 적어도 3번 보기 등등 영어에 동기와 흥미를 부여하며 미쳐보라는 말이다.

사실 앞으로는 수학이 더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내 제자 중, 수학에 약한 한 여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두 달간 하루도 안 거르고 수학에만 10시간씩 투자했다. 결국 그 아이는 수학 1등급으로 올라서 원하는 대학교에 갔다. 중학교 때도 공부할 때 독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아이가 결국 어려운 가정 형편을 이겨내고 ‘깡’으로 덤벼 자기 갈 길을 찾아 가는 것을 보니 ‘꿈’과 ‘깡’이 함께 어우러질 때 성취욕구가 배가 되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제자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새해가 밝았나 했더니 어느 새 중순으로 향하고 있다. 시간은 인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Time and tide waits for no man.- 사랑하는 담양의 청소년들이 이 겨울방학 동안 비젼을 세우고 책을 많이 읽으며 영어 수학 실력을 다져 이 시간의 주인으로, 이 시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