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는 교수신문이 금년에는 ‘장두노미(藏頭露尾)’ 를 꼽았다.

‘장두노미(藏頭露尾)’란 감출 장(藏), 머리 두(頭), 드러낼 노(露), 꼬리 미(尾) 등의 4개의 한자로 이뤄진 사자성어로 원나라때의 문인 장가구(張可久)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에 나오는 말이다.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은 타조는 누구에게 쫓기면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다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맨다 해서 생겨난 말로, 진실을 밝히지 않고 꽁꽁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속으로 감추는 바가 많아서 행여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교수신문은 “올해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 논란, 한미 FTA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며 ‘장두노미’ 선정 배경을 밝혔다.

지역사회에도 ‘장두노미’와 같은 처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사람,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 필요 이상으로 남을 욕하거나 비방하는 사람, 없는 사실을 허위로 조작해 남을 음해하거나 중상모략 하는 사람, 앞에서 웃고 뒤에서 뒤통수 때리는 사람, 겉으로는 화합을 외치지만 속으론 자기편을 가르는 사람 등등....

한마디로 숲은 보려하지 않고 우선 쓸 땔나무감만 보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도 못 질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경박함을 숨기려고 전전긍긍 하면서 갖은 술수를 다 쓰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미 그 사람에 대해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이방인의 도시가 아닌, 한다리 건너 한 식구들로 이루어진 鄕村임을 생각할 때 ‘장두노미’와 같은 처신은 결코 숨기려 해도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수신문은 국정이 바른길로 가지 못하고 샛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며 ‘방기곡경(旁岐曲逕)’을 2009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는 우리 사회가 ‘장두노미’의 지경에 까지 이르러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부디 신묘년 새해에는 이런 한숨이 아닌 기대와 희망이 가득찬 ‘君子三樂’과 같은 반가운 사자성어가 사람들에게 회자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