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낭충봉아부패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토종벌이 멸종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역 양봉(養蜂)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본지 6월 28일 보도)

담양군에 따르면 한봉 집단사육지인 용면의 121농가를 비롯해 관내 168한봉사육농가 대부분이 피해를 입어 피해액만도 자그만치 1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피해 농가들은 자연재해 인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아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 벌을 통해 이뤄지는 과일이나 채소의 수정이 어렵다 보니 2차 생태계 피해도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이처럼 토종벌이 집단 폐사한 것은 토종벌의 에이즈라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때문으로 봄철 이상저온 등으로 발생한 이 병의 치료백신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봉 농가들은 피해 벌통들을 소각하든지 격리함으로써 차후 피해 규모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실질적인 보상과 농가지원책이 나오지 않아 일손을 놓은 채 시름에 젖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본지가 취재차 방문한 용면의 한 한봉농가에서 기자가 벌통 하나를 떼어내자 시커멓게 썩은 벌집이 흐물거리듯 땅바닥으로 쏟아졌다.

다른 벌통을 가르자 꿀과 애벌레로 가득차야 할 벌방이 텅 비어 있고 또다른 벌통에서는 해충 애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현재 용면에서 사육중인 토종벌 4180개군 가운데 살아 남은 것은 손으로 셀 정도이고 이마저도 올겨울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용면 박곡마을에서 200여군의 토종벌을 기르는 박 모씨는“벌써 꿀따기 작업에 들어 갔어야 하지만 벌이 들어 있는 벌통에도 꿀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토종벌 구입비용부터 꿀판매 수익까지 고려하면 우리 마을에서만 피해액이 1억여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박 모씨는 또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원인도 모르고 치료방법도 없이 한봉농가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토종벌은 앞으로 다 없어질지 모른다”고 한숨을 지었다.

한편 전국의 양봉 농가들이 토종벌의 떼죽음을 자연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토종벌 폐사의 농업재해 인정과 피해 농가 보상, 낭충봉아부패병의 법정전염병 입법화 등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