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90년대 초반 이후, 우리는 광역.기초 단체 할 것 없이 일선 道,市,郡,區 모두들 앞다퉈 해외연수를 다녀오곤 했다.

선거직이 시장, 군수가 되고 市道의원, 군의원이 되다보니 그동안 뒤쳐졌던 것을 선진국에 가서 꼭 배워와야 한다는 것이 너나없이 해외연수를 떠나는 이유였다. 국민들도 딴은 이에 공감하고 등 떠밀며 “잘 다녀오라”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해마다 몇차례씩, 그리고 4년의 임기동안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갔다오는 해외연수로 인해 점차 말썽이 빚어지고 급기야는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요즘엔 선거직들의 ‘해외연수’ 라 하면 대놓고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게 되곤한다.

담양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선 1기부터 지금의 5기까지 군수,군의원,공무원 할 것 없이 해마다 수시로 해외연수를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해외연수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가장 구설수에 오른 화두는 ‘몇 번을 갔느냐’ 보다는 과연 군민의 혈세를 들여 다녀온 해외연수에서 ‘뭘 배우고 뭘 얻어 왔느냐’에 군민들의 눈총이 따가웠다.

민선5기 들어서도 4개월여의 짧은 기간동안 군수와 군의원, 공무원들의 해외연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군은 중국 상해엑스포 참관을 비롯해 중국의 竹鄕 의빈시와 안길현을 여러 파트로 나눠 다녀왔고, 군의회 역시 상해엑스포에 이어 최근 6박7일 일정으로 유럽을 다녀왔다. 해외연수를 떠나는 목적이야 다들 명분도 있고 이유도 분명하지만 항상 그러듯이 “갔다 와서 뭘 어디에 어떻게 활용했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해외 선진지 연수와 시찰의 목적은 반드시 뭘 하나라도 배우고 벤치마킹 해서 군정에 반영하기 위해서 이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우리군의 입장이라면 유럽 선진도시의 하수시설 이나 축사, 도시경관 등 환경정책은 어떠한가, 행정구역개편이 지역현안 이라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유럽 소도시를 시찰하는 것이 해외연수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7일동안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선진 유럽의 주요 도시를 시찰하고 온 이번 군의회의 해외연수는 그래서 더욱 세간의 관심이 컸다. “뭘 배우고 얻어 왔을까?”

통상 공직자들이 국내외 선진지 시찰을 다녀오면, 반드시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을 일목요연하게 소위 ‘보고서’ 라는 것을 작성한다. 하지만 과거 수십차례 이어진 해외연수에서 공직자들과 군의원들이 ‘해외연수 보고서’를 꼬박꼬박 썼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군의회는 당초 동남아쪽으로 해외연수를 잡았다가 “한번을 가더라도 우리나라 보다 선진국을 가서 배워오자” 하여 이번 해외연수지를 자비까지 보태 유럽으로 정했다고 한다.

의욕과 열정으로 결정된 유럽 연수...세계의 가장 선진지를 다녀온 군의원들의 유럽 주요도시 시찰에 대한 보고서가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