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대표적인 양봉(養蜂)단지이자 지역 최대의 벌꿀 생산지인 담양 용면 한봉(韓蜂)단지의 토종벌들이 원인 모르게 집단 폐사해 양봉 농가들이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용면 양봉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5월 초순부터 토종벌들이 이유없이 죽거나 사라지면서 벌통이 텅텅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면 박곡마을에서 200여통의 토종벌을 기르는 박 모씨는 “올 봄부터 벌이 무더기로 죽기 시작해 이제 완전히 빈 벌통이 됐다.”면서 “30여년간 토종벌을 사육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이유조차 모른다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양봉농가들은 지난 5월쯤 일벌들이 죽은 애벌레들을 벌통 밖으로 물어나르는가 싶더니, 벌통을 버린 채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용면 한봉단지의 토종벌 집단 폐사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역 양봉 전문가들은 이상 기상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이나 면역력 저하 등으로 벌이 떼죽음 당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꿀벌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2-3월 기상이 중요하지만 올해 들어 이기간 동안 비가 잦고 일조 시간이 부족한 저온현상이 나타나면서 꿀벌의 떼죽음을 불러왔다는 것.

이상기상 탓에 용면 한봉단지 100여 농가 토종벌들이 대부분 폐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피해금액만 해도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벌이 들어있는 벌통 한 개 값도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50%이상 폭등해 10만선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이상기온이 지속되면서 벌꿀 채취량이 예년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돼 올해 꿀 생산에도 타격이 불가피함은 물론 토종벌의 특성상 벌 세력을 키우기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역 양봉농가들은 "너무 피해가 심각해 농식품부나 중앙정부에서 재해로 인정을 해주거나 재해에 준하는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벌들의 집단 폐사로 여름 작물인 노지 수박과 참외 등의 화분 결실률도 떨어져 또다른 농가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농정과 관계자는 “올해 이상저온과 잦은 강우로 인해 꽃에 꿀이 맺히지 않아 토종벌의 영양섭취가 줄어들고 벌들의 면역력이 약해져 질병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 “약화된 봉군은 합봉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봉군 관리기구는 고온 처리 소독 후 이용하는 등 철저한 방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또 “현재 농가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시료를 채취, 전남도의 축산기술연구소에 의뢰에 놓은 상태다.”며 “양봉(養蜂)의 경우 재해나 전염병 등에 따른 피해 보상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있지만 지역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재래종 꿀벌인 한봉(韓蜂)은 서양에서 들여온 양봉(洋蜂)에 비해 몸집이 작고 사람과의 친화력은 떨어지는 반면 추위와 더위는 물론 병해에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