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환자에게 소중한 혈액을 나눠주는 헌혈,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월산면 월계리 출신으로 창평면 소재 식품회사인 3 ･3소스코 김치 공장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한모(46세)씨와 전남도립대 2학년에 재학중인 정다운(20세)양은 ‘헌혈 부녀’다.

지난해 5월 본지를 통해 이런 내용이 소개됐을 때 헌혈횟수는 아버지가 177회, 딸이 10회째였다.

부녀는 이후에도 한달에 1~2차례씩 꼬박꼬박 전남대 후문에 위치한 헌혈의 집을 찾았다.

1년이 지난 이달 초 부녀는 각각 200회, 20회의 헌혈횟수를 채웠다.
아버지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헌혈을 한 것이 인연이 됐다.

“신앙 생활을 하면서 이웃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헌혈에 관심을 갖게 됐죠. 수혈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제 건강도 체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이상이죠.” 수십명의 직장동료를 헌혈의 집으로 ‘전도’하기도 했다.

딸 다운씨는 고 3때 헌혈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헌혈을 무섭고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본 다운씨에게 헌혈은 규칙적인 일상생활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빠보다 더 어린 나이에 시작했으니까 아빠의 헌혈 기록을 깨고 싶어요. 주위에 헌혈의 필요성도 많이 알리고요.”

부녀는 헌혈을 위해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는 일상 생활에서도 많은 조심을 한다. 아버지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도 건강한 피를 나누기 위해서다. 신체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

헌혈뿐만 아니라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약속했을 정도로 부녀의 사랑 실천은 계속 진행형이다.

“건강한 몸으로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찾아볼 생각이에요.”
꺼져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은 헌혈뿐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헌혈왕 정한모 씨와 딸 정다운 양.

“헌혈은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정 씨는 "헌혈 정년이 70세인데, 그때까지 해야죠. 제 몸이 건강하면 언제라도..."

헌혈 부녀의 ‘의기 투합’이 세상을 더 살맛나게 한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