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기아 타이거스 왼손투수인 양현종(22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잇단 위기를 넘기며 단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기아 양현종 선수는 1패후 10연승으로 8개구단 투수중 가장 먼저 두자리 승수 고지를 정복하며 다승 1위를 굳게 지켰다.

이는 금년 프로야구 13경기 등판만에 이룬 쾌거이자 놀랍도록 빠른 페이스로 13게임 이내에 10승 고지를 밟은 투수는 역대 5명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오늘의 양현종 선수를 길러 낸 그의 아버지 양재동(56세)씨가 현재 담양읍 삼다리에서 농기계 사업을 하면서 담양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본지 2009년 11월 2일자 보도)

본지가 이같은 소식을 접하고 지난해에 이어 취재차 방문한 지난 16일, 양 선수의 부친인 양재동 씨는 “요즘 농사철이라 일감이 많다.”며 잠시 일손을 멈추고 이마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아 내는가 싶더니 이내 기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먼저 기자가 “요즘 양현종 선수가 메스컴의 표적이 될 만큼 국내 프로야구를 호령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부모된 입장에서 기쁨이 크시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런데 양 씨는 대뜸 “현종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열심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 혼자 잘나서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고는 보지 않아요.”라며 겸손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양 씨는 또 아들이 야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언급하며 “녀석이 어렸을때 학강초등학교 부근에 살았는데 마침 그 학교에 야구부가 있었지요. 당시 학교 야구부를 이끌던 최태영 감독이 현종이를 눈여겨 본거지요. 왼손잡이에다 체격조건도 나름 갖추고.”

이 대목에서 잠시 숨을 고른 양 씨는 최근 양 선수가 투수로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해 애써 아들의 야구 재능보다는 주위 분들의 도움이 가장 큰힘이 됐음을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 마침 양재동 씨의 친동생이자 사업 파트너인 양오동(46세) 씨가 농기계 수리 작업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양 선수의 작은 아버지이기도 한 양오동 씨는 “이제 조카(양현종 선수)가 어느 정도 국내 프로야구에서 자리를 잡아 굳이 이런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형님은 당장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정작 당사자인 양 씨는 이에 대해 “경제적인 문제와 별개로 지금 이 일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직업에 귀천이 없을진데 손에 기름때를 묻힌다거나 일이 다소 힘들다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 두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평소의 직업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시합이 없거나 비시즌 중에는 가끔 담양을 찾는다는 양현종 선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담양은 비록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현재 제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고향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내가 등판할 때마다 타자들이 잘쳐주고 수비도 잘해줘 이길 수 있었다"며 "다승왕이나 20승보다는 팀 승리와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포함돼 아시안게임에 나가는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