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황금연휴를 맞이해 우중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관광객이 죽녹원을 찾았다

대나무가 주목받고 있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죽향(竹鄕)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나무 특산지로서의 위치가 유명무실했던 담양이 대나무로 다시 뜨고 있다.

한때 황금밭이라 불리며 지역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담양 대나무. 그만큼 대나무는 우리 고장에서 주요한 소득원이었으며 귀중한 생활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렇게 대나무로 이름난 우리 고장이 플라스틱 등에 밀려 죽세공예가 사장되어 가고, 중국 등을 비롯한 값싼 수입 죽제품의 범람으로 몰락을 거듭한 채 좀처럼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웰빙관광 1번지로 떠오른 대나무 천연숲인 죽녹원이 관광자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대의 성분이 새로운 기능성 식품을 만드는 데 활용되는 등 지역의 활력소로 작용하면서 바야흐로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특집 연재를 통해 대나무를 통한 담양의 희망과 미래를 열어 보고자 한다.

담양의 대표적 향토음식점인 백동리 B식당 화단에 만개한 대나무 꽃(5월 24일 촬영)

1958년 대전면 대치리의 왕대숲을 시작으로 전국에 걸쳐 수년동안 일생에 한번 핀다는 대나무꽃이 피었다가 말라 죽은 적이 있다.

일명 개화병(開花病) 혹은 자연고(自然枯)로 불리는 이 신비한 현상을 두고 죽순으로 번식하는 대나무가 왜 꽃을 피우고 죽음을 맞이하는지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대나무는 이처럼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대나무의 곧은 줄기는 땅 위뿐 아니라 땅속으로 뻗어 나가는데 몇 년에 걸친 개화와 고사에도 땅속 줄기 중 극히 일부가 살아남아 다시금 무성한 대숲을 이룬다.

그 과정에서 신생죽은 줄기의 밑쪽(바닥과 거의 맞닿은 부분)부터 옆으로 가지를 촘촘히 뻗어 잡초 위해 그늘을 드리우는데 이는 잡초의 진입을 막기 위함이다.

대나무 줄기나 껍질, 잎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해 살균효과는 물론 탁월한 항산화성과 방부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동물이 죽더라도 대나무숲 속에서는 잘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옛날 사람들은 여행을 나설 때 죽순껍질로 도시락을 싸고 대나무통에 마실 물을 넣어 다녔다.

이뿐인가. 대나무의 질긴 생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본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에도,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고엽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유일하게 싹을 틔운 식물이 바로 대나무다.

그 비밀은 땅속줄기와 견고함에 있는데 왕대의 땅속줄기는 총연장이 6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대나무가 지구 온난화의 주 요인인 이산화탄소(CO2)를 다른 나무들에 비해 월등히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나무는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남부지방에 국한된 재배지역이 점차 넓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죽공예 등 고소득으로 ‘살아있는 황금’이란 의미의 ‘生金(생금)’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