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빗물’을 ‘天水’ 또는 ‘天水尊’ 이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아끼고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천수존’ 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정과 학교, 공장과 공공건물 거의 모든 곳에 ‘천수’라 불리는 이 빗물을 이용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흔하디 흔한 이 빗물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활용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천수존(天水尊)’ 이다.

그런데 우리 담양에도 일본인들 못지않게 빗물을 하늘처럼 귀히 여기는 이가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서면 주산리 노안동에 살고있는 임홍균씨(69)가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소방공무원을 정년퇴직한 뒤, 이곳 노안동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노후를 보내고 있는 임홍균씨 부부는 몇 년전부터 빗물 한방울도 버리지 않고 생활속 곳곳에 재활용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보기드문 귀감이 되고 있는데......그는 과거 소방관으로 ‘불’ 을 다루던 사람에서 이제는 ‘물’ 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그 본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아무도 모르게 수십년째 불우한 이웃들에게 봉사와 도움을 주고있어 "작지만 크게 빛나는 등불" 이 되고 있다. 이를 아는 소수의 마을사람들과 주변 지인들의 귀띔이다.

“사람들이 물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살아요. 쌀이 없어도 살고, 불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물 없으면 살 수 없지요. 물이 부족한 우리나라 처지에서 한방울의 물이라도 아껴야 겠다는 생각에서 빗물을 받아쓰고 있다”는 임씨는 각양각종의 정원수 관리와 텃밭 가꾸기, 부모님 세대부터 써 왔던 아주 오래된 농기구와 생활용품 수백점도 고스란히 창고 한켠에 가지런히 보관중인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도 ‘근검절약’ 이 몸에 배인듯 했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집 안팎 곳곳에서 검소하고 절약하는 청빈의 생활이 그대로 묻어났다.

*빗물수집용 지붕을 설치한 옥상과 집수 탱크(관) 시설, 빗물을 이용하는 화장실

2년전 ‘슬라브옥상’ 에 빗물받이용 지붕과 물저장탱크를 설치해 빗물을 수집하고 옥상의 동서남북 네귀퉁이와 중간 두곳에 빗물파이프를 연결, 집안 곳곳에 빗물을 재활용하는 임씨 부부는 웬만한 허드렛물은 미리 받아놓은 빗물로 모두 해결하고 있다.

비록 세련된 솜씨는 아니어서 약간은 조잡한 듯 보여지는 ‘빗물이용시설’ 이지만 임씨 부부가 한방울의 빗물도 소중히 여기고 재활용하는 정성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본받을만한 근검절약의 표본이 되고 있다.

부부는 이렇게 빗물을 이용해 화장실용水를 비롯 정원 조경관리용水, 청소용水, 그밖에 방화용水까지 모두 빗물을 활용하고 있어 상수도 요금도 50%이상 절감하고 있다.

“처음엔 화단과 텃밭에 물을 주고 집안 청소에 쓰는 용도로 빗물을 받아쓰다가 1년전부터는 화장실에도 빗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임씨는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설치로 얼마든지 빗물을 자연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 군민들도 앞으로 많이 이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불을 잡는 사람에서 이제는 물을 잡는 사람” 으로 살고 있는 임홍균씨 처럼 빗물은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이용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다.

지금껏 우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때로는 귀찮은 존재로 여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빗물이 ‘귀찮은 존재가 아닌’ 하늘이 내려준 ‘소중한 자원’의 혜택임을 임홍균씨 가정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고 빗물에 대한 생각을 ‘한번쓰고 버리는 것’에서 ‘아껴서 써야 하는 것’ 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할 때가 아닐까싶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