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옹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팔순 노모를 등에 업고 따스한 봄볕을 쬐였다는 애양단(愛陽壇)에 봄기운이 완연하건만 군의 직접 관리를 목전에 둔 조선 최고의 민간정원 소쇄원(瀟灑園)은 전운감마져 감돌고 있다.

국가지정 문화재 관리주체를 둘러싸고 사상 유례없는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는 담양군과 소쇄원 종중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군이 관람료 징수 등 소쇄원 직접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여 물리적 마찰과 충돌이 우려된다.

군은 최근 ‘소쇄원 관람료 징수 및 보존ㆍ관리 조례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이달 중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군의회에 부의할 계획으로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또한 조례안 원안통과에 대비, 매표소 철거, 관람표ㆍ주차료 통합 징수를 위한 새 입장권 발행을 준비하는 등 소쇄원 직접 관리를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군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12월 양씨 종중(대표 양원로ㆍ74세)측이 “소쇄원 관리단체를 담양군으로 지정한 것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명승 관리단체 지정 취소’ 항소에 대해 대전고등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양씨 종중측은 고등법원의 항소 기각에 불복, ‘소쇄원 명승 및 관리단체 지정처분 취소 소송’을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군이 추진 중인 ‘담양군특별회계 설치운영 조례안’에 대해서도 ‘추진정지 철회 요구 의견서’를 담양군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양씨 종중은 의견서를 통해 “현재 관련 재판이 대법원에 계류 중으로 최종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담양군으로의 관리단체 지정은 무효이며 군이 부당한 판단과 직권남용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씨 종중측은 문화재법 제16조 조항을 인용 “문화재는 소유자나 점유자가 우선으로 공유지의 경우일때만 지방자치단체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관람료 징수도 많은 비용을 투입해 조성한 정원에서 행해지는 정당한 사유재산권 행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군 문화재 담당자는 “타 시ㆍ군의 사례를 보더라도 문화재 성격상 100% 사유재산일 경우에도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것이 관례다”면서 “소쇄원의 경우 지정구역(내원)의 50%, 보호구역(외원)의 70% 정도가 국공유지로 소쇄원 관리단체인 담양군이 직접 관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담양군이 소쇄원의 실제 소유주인 양씨 종중측과의 원만만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바란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군의 입장은 단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 문화재 담당자는 “소쇄원은 현재 개인이 허위로 문중대표라며 불법 관람료를 받고 있는 실정으로 5년동안 수억원대로 추정되는 거액을 부당하게 징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등법원에서 문중대표가 아니므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항소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지금도 부당이익금을 착복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군은 소송을 제기한 양 씨의 종중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조치는 물론 부당이익금 국고환수 등 일련의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이번 대전고등법원의 판결과 관련, 양씨 문중총회를 통해 문중대표가 정식 선임되는 대로 소쇄원 복원 등에 대한 문중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한편 명분있는 종중사업에 대해 일정 지분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군은 지난 16일 문화재의 재해예방 및 화재 발생시 초동대응, 24시간 상시 감시체계를 통한 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명승 제40호 담양 소쇄원 안전경비원 채용계획을 공고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