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설날 특집으로 방영된 바 있는 KBS도전 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아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하며 화제가 됐던 담양고 김은지(19) 학생과 그 어머니를 본지가 만나 보았다.

은지 양의 집은 봉산면 신학리.

어머니 권선임(53)씨의 1남 5녀 중 넷째였다.

위로 언니들 셋과 아래로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으며 아버지는 은지양이 초등학교 4학년 때 3년 동안 췌장암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동네에서는 "은지 어머니의 부지런함이 자식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냈다" 고 마을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어머니 권씨는 늘 야무져서 걱정해본 적 없는 넷째에 대한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권씨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남편이 병상에 있을 때, 하루는 간호하다가 늦어서 광주에서 택시를 타고 하우스에 도착했더니 어린 것이 하우스 8동의 흙을 비닐로 다 덮어놓고 있었다. 나를 보곤 어찌나 서럽게 울어대는지 달래느라 혼났다.” 면서 권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하우스 농사(딸기, 수박)를 짓는 권씨는 “하우스 작물은 제 때 비닐 씌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그 때 우는 딸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론 대견했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의 은지양에 대한 칭찬은 당연하게 이어졌다.

담양고 고광진 교감은 “은지 학생은 항상 예의바르고 판단력이 뛰어나며 이해심이 많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3학년 담임 정희준(56) 선생님은 “은지는 공부를 잘 할 뿐만 아니라 성격이 좋고 신중하여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 역할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말하며 “가르치는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보면 더욱 보람 있다.”면서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은지 양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해 본 적도 없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었던 힘은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영문법에서 가장 어려움이 많았다는 은지양은 줄곧 외교관이 꿈이었다.

하지만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어머니의 뜻을 따라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에 입학했다.

한 번 씩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본다는 은지양은 세계에, 좀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을 감추지 않았다.

또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야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란 책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은지 양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가족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 세계적인 안목으로 여성의 권위와 권익을 위해 일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등학교 때 은지 양은 ‘책벌레’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1학년 때는 소설 중심의 책을 읽었다. 2~3학년 때는 사회과학 분야나 심오한 인간의 내면고찰에 대한 책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단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면서 안경 사이로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는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생각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또한 은지양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발로 쓴 내 인생의 수기’라는 책에 보면 저자는 양팔과 한쪽 다리가 없지만 비관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면서 ‘인간에게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생관을 보여 준다.”며 “지적 장애를 겪고 있는 여동생에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부진 마음을 보였다. /이정화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