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인데... 담양에 오니까 볼거리도 많고 음이온도 흠뻑 쬐고 가는 것 같아 정말 좋아요”
서울 마포구에서 담양죽향체험마을에 여행 온 황정현(34)씨의 소감이다. 그는 “작년 여름에 왔을 때는 사람들에게 채여 여행다운 여행을 못했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은데 엿까지 먹게 된다”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죽향문화체험마을에서는 우송당의 엿장수체험과 판소리 체험, 식영정의 연만들기, 송강정의 가훈 써주기, 광풍각의 새끼꼬기와 다듬이질 놀이가 재현되고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이 민속체험들은 판소리 체험과 가훈 써주기, 엿장수,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은 매일 볼 수 있고 주말에는 더 많은 볼거리들이 있는데 2월 말까지 계속된다.

죽향문화체험마을 매표소를 지나 우송당 앞마당에 이르면 엿판을 메고 찰각거리는 가위질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엿을 나눠주는 엿장수가 눈에 띈다.

창평에서 재래식 조청으로 만든 입맛 도는 엿 한 조각을 입속에 넣고 마루에 걸터앉으면 바로 곁에선 ‘춘향이 이별장면’ 판소리가 여행객들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을 편안케한다.

이곳 우송당에서 판소리로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희(50)명창은 “우리 노래의 맥을 잇는 일, 그리고 판소리 전수자로서의 소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곳을 찿는 여행객들도 우리 소리 한 소절 씩을 배워갔으면 좋겠다. 지금도 관광객들이 많이 찿고 있지만 더 많아져서 관광객으로 넘치는 체험마을이 됐으면 한다”며 관광객 유치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우송당을 나와 송강정에 이르면 군불아궁이에 가마솥이 걸려있는 굴뚝이 퍽 인상적이다. 송강정 안에서는 상투를 튼 박인수 훈장(63)이 반갑게 맞으며 가훈을 써 주고 덕담까지 더해 관광객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즐겁게 한다.

경남 김해에서 왔다는 김태영(38)씨는 “살아가면서 가훈을 잊고 살았는데 이렇게 가훈을 받아들고 보니 다시금 마음의 좌표가 서는 것 같다”며 “담양에 오니 잠깐이라도 나를 발견하게 되고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여행의 묘미를 역설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훈을 정성스럽게 써 주고 있는 박인수 훈장은 “400여년 전 시인 묵객들의 산실인 정자문화와 죽(竹)마을이 만나 대화와 문화를 재현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품격있는 우리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가치 판단의 부재 속에서 사는 오늘의 우리들의 모습을 한 번 쯤은 돌아볼 기회를 주는 곳이 바로 죽향 체험마을이다”소개하고 학행일치의 삶을 구현하던 옛 선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송강정을 나와서 좀 걷다보면 그림같은 식영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침 식영정에는 사람들이 모여앉아 연을 만들고 있었다.

강원도 철원과 원주에서 온 양준형(12)의 가족들은 이곳에서 연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여행 소감을 묻자 “1박 2일을 보고 꼭 한 번 와보고 싶은 곳이 죽향체험마을 이었는데, 연도 만들고 날리기까지 해보니까 신기하고 정말 재밌어요, 또 오고 싶어요” 라고 하면서 바람 부는 추운 날씨였는데도 바로 밖으로 나가 연 날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 수원에서 온 오명희(37)씨는 “죽녹원에서의 산책도 좋고, 체험마을에서의 볼거리는 더 좋았다”며 “겨울에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말했다.

식영정에서 연날리기 체험을 하고 몇 발짝 걸으면 광풍각에서는 새끼꼬기와 다듬이질을 해볼 수 있다.

이번 체험 행사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죽향체험마을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과 박홍순 시설 담당은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1년 내내 체험마을을 운영해 나가고 싶지만 예산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 전후로 해서 우송당에서는 떡매를 직접 쳐보게 하고 맛도 볼 수 있게 계획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체험행사를 마련한 취지를 묻자 “인터넷을 보고 담양을 찿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주기위해 잠시 시연한 것이었는데, 당초 예상과는 달리 관광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전통놀이 재현 행사를 다음 달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정화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