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좀처럼 얼지 않던 관방천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꽁꽁 얼어붙어 거대한 썰매장으로 바뀌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새해들어 연일 지속된 폭설과 한파로 동장군의 맹위를 실감케 하는 가운데 지난 9~10일 주말ㆍ휴일을 맞아 죽녹원과 관방제림을 찾은 수천명의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썰매를 타거나 얼음을 지치며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갔다.

어른과 아이가 따로 없었다. 어른들은 얼음을 지치거나 사진을 찍으며 어릴적 추억속으로 빠져 들었고 아이들은 살을 에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기차놀이도 하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 주면서 썰매타기에 해가 지는 줄 몰랐다.

작은 썰매에서부터 엄마와 딸이 함께 탄 2인용 썰매가 등장하는가 하면 미처 썰매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에서 나들이용 돗자리를 꺼내 와 즉석 돗자리썰매를 만들어 타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치로폼으로 만든 박스썰매까지 등장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자녀들과 함께 썰매를 타던 30대 주부 이모씨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썰매를 타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얼음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찌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썰매를 신나게 타며 마냥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이곳에 오기를 잘 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김모(40세)씨는 “눈쌓인 관방제림도 장관이지만 작년 대나무축제 때 대나무보트를 탔던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얼음을 지치니 정말 색다른 느낌이다. 담양은 사시사철 언제 오더라도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즐거움이 넘쳐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양읍 향교리 주민 박모(52세)씨는 “어렸을 적 이곳 관방천에서 멀리 남산을 바라보며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스케이트를 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다.”며 “썰매를 타면서 차갑게 언 손과 발을 녹이려고 천변에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누구 썰매가 더 잘 나가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며 지난 유년시절을 되새겼다.

또 다른 주민 김모(48세)씨도 “봄이 다가올 무렵이면, 냇가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강위에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이 떠다닐 때가 오곤 하는데 그럴때면 기다란 장대를 들고 얼음위로 뛰어 올라가 그야말로 뗏목처럼 장대로 강바닥을 밀면서 얼음을 타기도 했다.”며 “얼음위에서 미끄러지거나 얼음이 갈라져서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얼음 뗏목을 타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다.”고 추억의 관방천을 회상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