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불복장 의식 보존회 창립

지난 12일 담양읍 지침리 소재 컨벤션웨딩홀에서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한국불교 전통 불복장 의식보존회’ 창립식 행사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불교태고종고불총림 선암사 주지 경담 큰스님을 비롯, 담양불교연합회장 신원스님, 한나라당 박재순 최고위원 등 내로라하는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출범한 사단법인 한국불교 전통 불복장 의식보존회는 불상에 복장물을 넣는 불복장 의식 등 불교의 전통문화유산을 계승ㆍ보존ㆍ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인다.

불상을 조성하면서 불상 속에 사리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물품을 넣어 봉안하는 의식에서 시작된 불복장은 처음에는 탑에 봉안해 숭배하던 사리가 점차 외경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사리신앙이 유행하게 되었고 사리 등 귀중한 물품을 불상 안에 넣음으로써 불상이 살아있는 부처님로 화(化)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바로 생신사상(生身思想)이다.

대표적인 불교 행사인 점안식은 일반적으로 사부대중이 동참해 성대히 치르는 의식이어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복장(佛腹藏) 의식은 몇몇 스님과 시주자 등이 점안식 이전에 소문내지 않고 치르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은밀한 복장식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로 진행되는데 그 의식을 전통적인 예법으로 주관하는 스님은 전국에 단 한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태고종 3, 4대 종정을 역임한 묵담스님의 상좌 수진스님(담양 용화사 주지)이다.

수진스님은 지난 12일 한국불교 전통 불복장 보존회 창립식에 이어 열린 세미나를 통해 전통 불복장 의식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본지는 용화사 주지 수진 큰스님을 만나 불상을 성스러운 법체로 만드는 거룩한 의식으로 알려진 불교 복장의식의 절차와 의미를 알아 보았다.

■보석ㆍ곡식 등 ‘세상의 보배’ 65종 봉양

복장의식의 첫 순서는 부처님을 모실 절에서 마련한 옥곡밥 세그릇, 나물반찬 세그릇, 감로수 세그릇, 과일 세접시, 떡 세접시를 일주문 앞과 마당, 부처님 모실 법당 앞에 각각 차려놓고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이는 성스러운 부처님을 모시는 시간에 도량 수호신장과 일체중생에게 그 공덕을 베푼다는 의미이다.

복장의식의 가장 중요한 순서는 크고 작은 복장통에 복장물품을 넣는 대목이다. 이 순서가 가장 긴 시간을 소요하는데 보통 2시간반~3시간 걸린다. 그것은 복장통에 65가지나 되는 물품을 넣기 때문이고 각각의 물품을 넣을 때마다 해당되는 주력(呪力)을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 배 속으로 들어가는 복장통은 순은(純銀)으로 만들어 진다. 큰 복장통 1개에 작은 복장통 5개가 들어간다. 작은 복장통은 5?7Cm정도의 사각형이며 동서남북 사방과 중앙, 다섯 방위를 뜻하며 각 방위별로 청(동), 적(서), 백(남), 흑(북), 황색(중앙)의 표시가 붙어 있다. 이들 색이 곧 방위를 뜻하는 것이다.

작은 복장통에 들어가는 물품 65가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들을 뜻한다. 보석과 곡식과 길상초, 금강저 등 13종류가 5점씩 각각의 방위로 배치된 통에 들어 가므로 65가지가 되는 것이다.

3색천으로 싸여진 복장통을 불상의 아랫부분을 통해 뱃속으로 넣는 순서에서는 복장통과 발원문, 신도들이 시주한 각종 보석류, 불상조성기, 시주자 명단 등이 함께 준비된다. 주력을 하는 엄숙함 속에서 주관하는 스님이 각종 복장물을 부처님 뱃속에 넣는 것으로 복장식은 마무리가 된다. 법당 밖과 마당 일주문 밖에 차려진 음식들을 도량 여기저기에 뿌려 만중생에게 공양하는 것이 4시간 동안의 복장 의식의 마지막 순서다.

■전통 맥 유일하게 이은 수진스님

“복장불사는 모시는 부처님에 대한 중생의 지극한 예경입니다. 가장 신성스럽고 귀한 물건들을 부처님 배부분에 넣음으로써 그 부처님은 많은 중생이 우러러 의지하는 색신불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엄격한 절차를 거쳐 부처님을 조성하는 경우가 드물어 안타깝습니다”

전통복장의식의 맥을 유일하게 잇고 있는 스님으로 알려진 담양 용화사 수진스님. 스님은 조선중기 이후의 화담, 금해, 묵담스님으로 이어진 복장의식의 법식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 수행자로서 가장 큰 공부라고 말했다.

영산재 의식에도 능한 스님은 30여년간 복장의식을 진행해 왔다. 충남 금산사, 서울 영화사. 운문사, 부산 관음사, 해인사보현암, 공주 석곡사 등 수많은 사찰의 부처님 복장을 채운 스님은 복장의식의 가장 큰 의미를 두가지로 새겨 주었다.

“하나는 중생이 부처님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부처님을 최상의 존재로 받들어 모시고 그 위덕을 의지해 중생의 고달픈 삶을 복되게 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복장의식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모가 조성한 불상을 생명체로 전환시켜 신앙의 대상으로 우러르게 하는 의식이 복장식이란게 스님의 설명이다.

“다음은 부처님이 중생을 어떻게 보시느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극정성으로 모신 부처님이 색신불로 화현해 중생의 염원을 반드시 들어 주신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 또한 무의미한 것입니다. 복장의식은 정말로 우리곁에 살아 계신 부처님을 우리의 마음 속에 모시는 의식이란 것입니다.”

더러 이 의식을 배우겠다고 찾아 오는 스님들이 있지만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에 이내 포하고 만다는 스님은 “소중한 불가의 의식이 보다 바르게 많은 스님들에게 전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