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 ‘대숲향 죽로차’시대의 명품
시대는 명품을 낳고 명품은 시대를 낳는다. 바야흐로 명품시대다. 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진한 차향과 맛을 지닌 ‘명품차’가 차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소위 ‘명차’라고 부르는 차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 일본 등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 많은 게 현실. 그러나 우리차계에도 명품차가 있다. 수십년을 제다에 몰두해 온 장인의 손길아래 정성스럽게 탄생한 ‘명차’들이 차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명차가 바로 담양 ‘대숲향 죽로차’이다.

담양은 대나무 고장으로 명성이 높아 대밭이 많고 그 중에서도 100년이 훨씬 넘은 자생 차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예로부터 차 생산지로서 명성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담양 죽로차는 대숲에서 아침이슬과 산란광을 받고 자란 야생 찻잎으로 덖어 낸 전통 수제차로 녹차 특유의 데아닌 등의 아미노산 성분 함량을 다량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깊고 부드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소설가 해산(海山) 한승원(68)씨는 차(茶)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10여 년 전 고향인 전남 장흥에 자리를 잡고 '해산토굴'(海山土窟)이라고 명명한 집필실을 마련하고는 뒤란 대숲 언덕에 아내와 함께 차밭을 일구고 있다.

한승원 씨는 일전에 담양을 방문해 죽로차를 맛본 뒤 그의 저서 '차 한잔의 깨달음’에서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

“죽로차 향기를 통해 '순수'를 배운다. 순수는 한 생명체가 막 태어났을 때, 어떤 일인가를 처음 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사람과 처음 사귀었을 때의 첫 마음 첫 정성 첫 사랑 속에 오롯하게 스며있다. 그 순수는 죽로차의 향기와 같다. 좋은 차의 향과 맛은 처음 우렸을 때나 마지막 우렸을 때나 한결같이 그윽하고 신비롭다."

■ 죽로차 지리적 표시제 등록 신청
담양군은 지난 7월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자리잡은 ‘대숲향 죽로차’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신청, 1차 서류심사 통과에 이어 지난 9월에는 9명의 심사위원들로부터 죽로차의 특성, 현황, 역사적 근거, 향후 생산량, 제다계획, 타지역 제품과의 차이점 등 심도있는 2차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고 최종 현장 심사만을 남겨 둔 상태다.

군은 이번 심사에서 죽로차의 품질 특성과 지리적 요인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로 대나무숲이 찻잎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 차나무 생육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 일조시간, 인적요인 등을 내세워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 죽로차 식재지를 현장 심의하고 최종 등록이 결정될 예정이다.

군은 담양에서 생산, 제조, 가공된 상품임을 나타내는 표시인 이번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통해 죽로차 브랜드를 보존 육성하고 타지역 생산 제품과의 차별화와 우수성 홍보로 ‘대숲향 죽로차’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담양 죽로차가 안정적인 생산기반 확보과 차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치열한 잎차 시장보다는 국내 생산기반이 열악한 말차시장을 선점하여 죽로말차를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담양 차(茶)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죽로차가 진정한 주민 소득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구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품질의 고급화와 균일화이다. 동일한 상표를 붙이고 유통되는 제품 중에서도 아직 품질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판매가격이 너무 높고 제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은 점이다. 이제 죽로차도 희소상품 가치와 함께 일반상품처럼 품질과 가격이 통일되어야 한다.

또 하나 간관해선 안될 것이 차밭의 단일품종 조성과 동일품종으로 만든 죽로차제다기술 개발이다. 현재 국내는 물론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야생녹차 상당수가 이질품종으로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환영받는데는 한계가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죽로차를 아무리 명차라고 떠들어 댄들 지금 이 정도 생산량으로는 어림도 없다. 당연 단위당 수량증대를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고 생산비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기계화 작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역의 모든 차 재배 농업인이 참여하는 죽로차생산자연합회를 결성, 회원들이 일심동체가 돼 연합회가 최소한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감독해야만 담양 죽로차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