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자신을 임원으로 뽑는 참으로 희한한 풍경이 담양군 회의실에서 벌어졌다.

지난 3일, 내년 대나무축제를 준비하는 축제 임시총회가 열렸고 이날 회의에서는 축제위원회 이사들이 자신들을 다시 이사로 뽑는 웃지못할 일이 있었다.

이날은 내년 대나무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몇가지 안건과 함께 내년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사)대나무축제위원회 이사, 감사 등 임원을 정관에 의해 미리 뽑는 날이기도 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대나무축제 총회 회원들은 20명 안팎, 나머지는 관광과 실무자들과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들이 자리했다.

안건으로 올라 온 임원선출에서 임기 만료되는 13명의 이사들에 대한 선출 순서가 되자, 이사 중 한 사람이 임원 선출을 위한 전형위원회 구성을 이사장에게 위임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또다른 이사가 동의, 재청을 했고 회의를 주재한 이사장은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의 의견을 듣기 보다는 쉽고 편한 방법으로 임원을 선출하는 쪽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보다못한 참석회원 한명이 총회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임원을 직접 선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복잡하고..’ ‘시간 걸리고..’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이사장은 줄곧 간접선출을 종용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매끄럽지 못한 회의진행과 ‘설왕설래’ 의견이 오가는 과정이 한동안 진행되다가 결국엔 전형위원회에서 새 이사를 선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헌데 정말 웃기는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당연히 총회에서 선출할 것으로 알았던 전형위원을 이사장이 혼자서 선임한 것이다. 이후 전형위원 선임과 새로운 임원진 선출이 워낙 빠른시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바람에, 어찌된 영문인지 파악도 못하는 와중에 임원 선출이 모두 끝나버렸다.

회의가 끝난 후에 안 일이지만, 애초 전형위원 구성을 제안했던 이사가 은근살짝 전형위원 선임권도 끼워서 이사장에게 위임하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회의였다. 그날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할 일이 없었다. 그저 자리만 앉았다가 이미 짠대로 진행하는 듯한 현 임원진의 의도대로 끌려갔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투표권마저 행사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

최소한 임원 선출을 위한 전형위원 만큼은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해야 했다. 임원 선출을 위한 전형위원 마저 자신들이 독차지한 뒤, 자신들이 자신들을 100% 다시 임원으로 뽑는 그런 웃지못할 헤프닝을 벌여서야 쓰겠는가. 참 이상한 회의로 기억될 대나무축제 총회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