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나무박물관 전시품 중 상당량이 몇년째 창고에서 잠자거나 훼손되고 있어 전시품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특히 대나무박물관은 조성 당시부터 담양군이 세계적으로 유일한 규모의 박물관이라며 입버릇 처럼 자랑하던 전시공간인데다 담양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첨병 역할을 해왔던 관광명소로 여겨져 왔던 터라 현재의 대나무박물관 운영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현재 대나무박물관에는 조선중기부터 근ㆍ현대에 이르기까지 1188종 3055점(외국제품 402점 포함)의 대나무 민속품 및 공예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자료전시실, 죽물전시실, 죽물생활실, 기획전시실 등 4개 전시공간에 429종 1299점을 전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박물관 내부 리모델링과 함께 넓어진 전시공간에도 불구, 관람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전시물품의 빈약함과 마인드를 갖춘 대나무전문 공무원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현재 대나무박물관에는 기존 시대별 죽제품 외에 20여년 넘게 전국단위 죽세공예경진대회를 개최하면서 확보한 입상작품 수백여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에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상당수가 망가지거나 아예 작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나무박물관측은 수년째 이같은 작품들을 수장고도 아닌 창고나 빈공간에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있어 보관품관리대장과 일일이 대조할 경우 상당량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하고 있다.

따라서 대나무박물관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전국 유일의 죽제품 보존ㆍ전시공간으로 관람객들의 욕구충족과 효율적인 기능 수행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이와관련 지역 대나무공예가 이모(48세)씨는 “대나무박물관 리모델링이 생각보다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데 이는 전시 공간은 넓혀졌지만 전시물은 예전과 비교해 오히려 빈약한 느낌이기 때문이다”며 “다종다양한 전시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박물관의 원기능이 아니겠냐? 그런데 역대 대나무공예품 경진대회 수상작 등 작품성이 높았던 그 많은 죽공예품들은 다 어디에 갔는지 전시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향토문화해설사 박모(45세)씨는 “대나무박물관이 관람객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시품의 정기적인 교체 전시는 물론 대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컨텐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공간 협소로 그동안 선보이지 못했던 수장품과 현대적 감각에 맞는 죽공예품들로 다수 교체 전시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며 “지난 5월 박물관 리모델링을 통해 교체된 전시품들은 고스란히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수장고보관품대장’ 기록을 토대로 본지의 확인결과 대나무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수장품은 총 759종 1756점으로 이를 모두 수기로 관리하고 있어 현재의 보관 상태로는 분실이나 멸실 우려도 전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나무박물관 관계자는 “그동안 별도의 수장고가 마련돼 있지 않아 수장품을 창고에 보관하다 보니 보존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박물관 리모델링을 통해 가장 절실했던 수장고를 확보한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장품 보관을 위해 현재 수장품보관 전산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국대나무박물관은 1982년 담양읍사무소 인근(현 청소년문화회관)에 최초 개관한 이래 1998년 현 장소로 규모를 확대해 이전, 현재에 이르고 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