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은 이제 시대적, 국제적 대세다. 또한 다문화가정은 우리의 국제화 적응능력을 보여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이웃의 다문화가정과 부대끼며 그들의 문화를 따뜻하게 흡수하면 국제화 능력을 더욱 향상시킬수 있다.

우리나라, 우리고장의 좋은 면이 다문화가정을 통해 그들의 고국에 전달되고 역으로 다문화를 잘 수용하면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엄청난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은 다문화사회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문화적 개방화가 덜 된 농촌사회에서는 효과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장래 한국과 필리핀을 잇는 우정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금성면 금월리 결혼이주여성 크리스티나씨(24세)의 경우를 통해 우리 농촌사회에 활력을 주는 성장 원동력으로서의 다문화가정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 온지 이제 2년됐어요. 아직은 서툴고 힘든 일도 많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합니다”

금성면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남편 김상철(40세)씨와 함께 갓돌을 맞은 딸 다영이를 키우며 알콩달콩 사랑을 꽃피워 가는 필리핀 이주여성 크리스티나씨.

겨울을 재촉하는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 닥친 지난 주말, 담양읍에서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조금 가다 보니 금월교가 나오고 이 다리를 바로 지나 왼편으로 금성면 금월리 딸기 하우스 단지가 한눈에 들어 왔다. 이곳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에 마련된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는 단촐했지만 깔끔했다.

딸 다영이를 등에 업고 하우스에서 남편의 딸기 농사를 거들던 그녀는 기자의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면서도 “어서오세요. 부끄러워요. 자랑할 것도 없는데...”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기자는 크리스티나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 온지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이 믿겨 지지 않을 정도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크리스티나씨는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녀의 고향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불과 수십킬로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까비테’라는 곳으로 전형적인 전원도시인 담양과 너무도 분위기가 닮아 있다는 것이다.

“6남매의 맏으로 태어났지요. 부모님께서 열심히 농사를 지으셨지만 항상 풍족하지는 못했어요.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도중에 그만 두게 됐죠. 막연하게나마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남편을 소개받아 이곳에 오게 됐지요”

크리스티나씨는 현재 전남도립대학 호텔관광레져과 1학년에 재학중이다. 넉넉치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던 그녀에게 남편 상철씨는 주저없이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남편 상철씨는 “아내는 매사에 열심이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어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어 가능하다면 아내의 특기를 살려 주고 싶습니다”라며 속내를 털어 놨다.

그녀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딸을 돌보는 건 당연히 남편 상철씨의 몫일 터. 농사 지을랴 아이 돌보랴 다소 짜증이 날만도 하건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한다.

옆에서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크리스티나씨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크리스티나씨는 “다행히 도립대 학비가 일반 대학보다 저렴하고 장학금 혜택도 받고 있어요. 일부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하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주위분들의 배려가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라며 “가능하다면 대학 졸업후 국제가이드가 돼 한국과 필리핀을 잇는 우정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도와주신 여러분들의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그녀를 지도하고 있는 전남도립대학 박창규 교수는 “크리스티나는 모국어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물론 작문 등 한국어 습득 속도도 남다르다. 동료 학생들과도 잘 어울려 매사에 모범이 되고 있다. 또한 학과의 분위기 메이커로 우리 학교의 보배같은 존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들이 보고 싶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크리스티나씨는 “바로 아래 여동생(크리스텔라ㆍ21세)이 현재 국제결혼으로 경기도 남양주에 살고 있다”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가끔 전화로 안부도 전하면서 이곳 소식을 전하고 있다”고 밝은 미소로 답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