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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뇌물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서 길 웅(본지 논설위원, 서강 전문학교 학장)
김상민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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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13  17: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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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지상보도를 보면 뇌물이나 횡령사건의 비리가 우리사회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우리는 한 기업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무차별로 뿌린 뇌물로 인해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되고 심지어는 전직 대통령이 자살까지 하는 소동이 일어나게 한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간단체들이 국고보조금 500여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허가 업무에는 아예 뒷돈이 들어가야만 허가가 나오고 심지어 학생이나 운동선수들을 선발하는데도 뇌물이 거래되는 등, 연예인으로 출세하는 과정에도 재주와 능력이 아닌 뇌물을 상납해야 만 앞길이 열린다고 한다.

뇌물은 사람의 눈을 흐리게 하고 패가망신(敗家亡身)의 길을 걷게 하는 요물이다. 그리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는 의지를 빼앗아가고 청렴결백의 양심을 가진 수많은 선량한 공직자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하며, 결국 사회기강을 무너뜨리고 무질서와 기회주의를 자생케 하는 마수(魔手)인 것이다.

작금의 우리사회는 이러한 마수가 어느 곳 하나 뻗쳐지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다. 기업계는 물론이고 금융계, 학계, 정치계, 연예계, 심지어는 군부나 법조계, 스포츠 지도자들까지도 뇌물의 마수에 걸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후한 시대에 제오륜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회계(會稽) 라는 곳에서 태수직을 맡고 있을 때 녹봉의 9할은 고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겨우 1할 정도만 가지고 가계를 꾸려갔다고 한다. 그러자니 스스로 풀을 베어 말을 먹이고 그 부인역시 부엌에 들어가 밥을 짓고 허드렛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장안으로 소환된 일이 있었는데 회계 사람들이 몰려와 정직을 증명하는 탄원서를 임금에게 상소하여, 그 결백이 증명되어 누명을 벗고 오히려 삼공의 지위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이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높은 관직에 오르려는 사람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정수행능력과 자질검증을 위해 13인으로 구성된 국회 인사 청문위원회가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청문의 대상은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및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등이며, 이들은 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직책을 수행하게 되고, 국무위원 및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총장 등은 국회의 청문회를 거치기는 하지만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인사청문회는 공개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부분 방송에 중계되고 있다. 자질검증에서 국민의 귀감이 될 수 없는 사람이 공직(供職)을 맡게 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생각으로는 불가항력에 그치고 만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불변의 철학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척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사회가 뇌물과 공금횡령으로 어수선하고 뉴스의 초점이 되는 날이 많다보니 후한시대의 제오륜이라는 정직한 공직자가 그리워지지 않을 수 없다. 한두 마리의 물고기가 연못을 흐리게 하고 있지만 청렴한 수많은 공직자들은 허탈감에 빠지게 되고, 가난한 서민들은 성실하게 살려는 의지마저도 잃어버리게 되는 해로운 마수들을 어찌하면 근절시킬 수 있겠는가! 대안을 찾을 때까지는 국민모두의 마음은 허탈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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