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의 관리운영을 둘러싸고 소쇄옹 양산보의 후손들과 담양군 간 해묵은 갈등이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판부인 대전고등법원이 소쇄원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지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본지 10월 26일자 관련보도)

지난달 22일 재판부(대전고법 행정1부)는 원고 측인 소쇄원종중 및 소송대리인, 피고 측인 문화재청과 담양군 관계자 등 10여명과 함께 광풍각, 제월당 등 현장을 둘러보며 양측의 주장을 확인했다.

소쇄원종중 측이 제기한 소송내용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로 첫 번째는 문화재청이 지난해 5월 소쇄원을 명승 40호로 지정하면서 이 일대를 문화재 지정구역과 보호구역으로 설정했는데, 핵심적인 ‘지정구역’을 너무 협소하게 정해 명승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현장 측량 결과 문화재청이 일반적 경계선을 고려치 않고 소쇄원 내원의 일부인 광풍각과 제월당 일대만 지정구역으로 정한 것으로 판단, 중재를 통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쇄원 입구 대나무밭 일부를 제외하고 소쇄원 담장 안쪽 대부분을 지정구역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양측의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 이번 문화재 지정구역 재조정에는 157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판 ‘소쇄원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습의 소쇄원은 양산보(1503~1557년)가 조성한 이래 정유재란때 소실, 1614년 거의 대부분이 재조성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소쇄원 원래 모습을 담은 목판이 제작돼 종중에 전해져 내려왔던 것으로 산속에 위치한 소쇄원은 지적도상으로 정확한 지형과 경계 파악이 쉽지 않았다.

소송의 또 한가지 핵심사안은 관리주체 문제로, 이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재판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이 각각의 논리를 앞세워 팽팽히 맞섰다.

현재 종중측은 “대대로 지금까지 후손이 살면서 관리해 왔고, 문화재법에도 소유자에게 관리단체 우선권이 있으므로 우리가 맡아야 한다”며 관리단체 전환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담양군은 “소쇄원 소유권이 분산돼 있는데다 종중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관리단체는 당연히 담양군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군은 “많은 비용과 인력이 요구되는 국가문화재의 원형유지 및 보수를 위해서는 개인이나 문중보다는 지자체인 담양군이 관리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검증에서 재판부는 결국 “종중 대표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한다"는 전제하에 “관리단체는 기존 담양군이 맡고 담양군은 중중 관계자를 관리인으로 지정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종중 측이 “사실상 담양군의 권한 인정”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재판부는 조만간 양측이 정리해 제출하는 조정안을 토대로 최종 판단키로 했다.

한편 소쇄원은 1983년 국가사적 304호로 지정됐다가 지난해 5월 명승 제40호로 재분류됐으며 광풍각과 제월당을 중심으로 한 4060㎡는 지정구역으로, 주변 11만8866㎡는 보호구역으로 경계가 확정됐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