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방원ㆍ상원 형제 부부가 부모님과 함께

다문화 가정이 국내 연간 혼인건수의 11%(3만8000건, 2008년 통계청)를 넘어섰다. 다문화 가정은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소수가 아니다.

더욱이 그들은 극심한 인구감소와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농촌을 떠받치는 버팀목이자 구세주이다.

‘다름’을 수용하고 ‘공존’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절박한 과제이며 글로벌화의 물결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의 추세이다.

외국인 아내들은 여느 한국인 아줌마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돌보는데 스스로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아직도 다문화 가정을 껴안는데 인색하다.

이제 함께 서로의 어깨를 보듬을 때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며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날아 온 천사 랑티 씨와 제셀 씨를 각각 신부로 맞아 알콩달콩 사랑을 꽃피워 가는 용면 가마골 조방원(39세)ㆍ상원(38세) 형제의 애틋한 사연을 전한다.

지난 4월 19일 두형제의 합동결혼식 장면

조방원ㆍ랑티 부부가 생후 45일째인 딸 수민이와 함께

지난 4월 19일 담양 신협웨딩홀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진기한 결혼식이 거행됐다. 용면 가마골에서 수십년째 ‘민속식당’을 운영하는 조종만(72세)씨의 두아들 방원ㆍ상원 형제가 외국인 신부를 맞아 합동으로 백년가약을 맺은 것이다.

형 방원 씨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23살 랑티레이윙 씨를 신부로 맞이했고 동생 상원 씨는 21살 필리핀 처녀 제셀 씨를 평생 반려자로 맞이했다.

방원 씨가 랑티 씨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인 지난 2007년 10월. 친구이자 자신도 국제결혼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김모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국제결혼 정보회사인 PIM을 통해 직접 베트남에 가서 선을 본 때이다.

베트남에 도착한 방원 씨는 호치민에서 2시간 거리인 동나이市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랑티 씨를 만났다. 당시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의류제조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방원 씨는 그녀의 수수함과 고운 마음에 한눈에 반해 한 평생을 약속했고 그곳에 머무는 한달여 동안 그녀와 함께 베트남 곳곳을 여행하며 사랑을 키워갔다.

드디어 2008년 7월, 학수고대하며 그녀를 기다린지 8개월만에 랑티 씨가 한국으로 들어왔고 이 둘은 그때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과 함께 가마골로 유명한 용면 용연리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한국에 온지 1년이 지나 이제 어느정도 농촌생활에 적응한 랑티 씨는 아직 서툴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더욱이 수년전 그녀의 언니인 랑티홍레(25세)씨가 먼저 국제결혼으로 이주해와 고흥 포두면에 정착해 살면서 수시로 왕래하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녀의 취미이자 특기는 요리다. 그래서일까 비록 베트남 음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한국요리는 무엇이든 잘 먹는다. 또한 시어머니 어깨너머로 익혀 제법 익숙해진 식당메뉴인 닭찜이나 민물고기 매운탕은 손님들로부터 인기 만점이다. 이제 김치도 직접 담글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음식에 자신감이 붙었다한다.

동생 상원ㆍ제셀 부부의 다정한 모습

형의 행복한 모습을 본 한 살 아래 동생 상원 씨도 이때부터 국제결혼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그러던차 필리핀에서 온 신부를 맞아 행복한 신혼살림을 꾸리고 있던 고향 지인 구모씨가 상원 씨에게 필리핀 아가씨인 제셀 씨를 소개해 줬다.

제셀 씨의 고향은 수도 마닐라에서 1시간정도 거리인 까비떼市로 그녀는 당시 고등학교 졸업후 패스트푸드점에 근무하고 있었다한다.

상원 씨는 언어와 문화, 풍습은 달랐지만 인터넷 화상채팅을 통해 국경을 넘어 그녀와의 소중한 사랑을 키워 오던 중 2008년 9월 결혼을 결심하고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상원 씨는 필리핀에 머무르는 동안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일단 귀국, 초청장을 보내 그녀를 처음 만난지 6개월만에 제셀 씨가 입국하게 됐다.

사업차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줄곧 그곳에 머물러 오던 상원 씨는 자신이 일하는 동안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워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집으로 생활터전을 옮기기로 전격 결정, 현재 형 방원씨 부부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알콩달콩 사랑을 꽃피우고 있다.

제셀 씨는 “시부모님이 막내 며느리인 자신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해줘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환한 미소로 말했다.

시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우고 있는 두 며느리 랑티(우)와 제셀(좌)

한날한시 결혼식을 올린 두 형제 역시 “요즘처럼 행복이 무엇인지 실감한 적이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형 방원-랑티 부부가 지난달 자신들과 부모님이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2세를 본데 이어 동생 상원씨의 아내 제셀 씨가 현재 임신 3개월째로 내년 5월 출산을 앞두고 있어 겹경사를 맞게 된 것이다.

형 조방원 씨는 부모님이 운영해 온 ‘민속식당’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고 동생인 상원 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향에서 통신설비 사업을 꾸려 갈 생각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