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봉 고경명 의병장의 출생지인 광주 대촌 포충사 전경

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의병장 고경명을 기리는 대규모 창의(倡義) 기념사업을 두고 담양군과 군민들 간에 적쟎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郡이 지난 6일 개최된 창의기념사업 연구용역 최종보고 결과를 토대로 본 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연구용역은 전문가 5명이 참여, 지난 4월부터 4개월여에 걸쳐 추성창의기념공원화에 대한 인문환경조사, 전시구상, 문화컨텐츠개발 등의 과업을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 최종보고 결과를 살펴보면 당초 건립 예정이던 사당과 내외삼문을 없애는 대신 의향 담양을 상징할 수 있는 기념탑을 세우고 임란 당시 의병들의 집결지인 추성관 복원 및 기념관 건립, 산책로 개설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郡은 이를 토대로 죽향, 예향, 의향 등 3향으로 대표되는 담양정신을 모두 알릴 수 있는 명승지로 가꿔간다는 복안이다.

郡 관계자는 “기존의 사당개념을 탈피, 의향 담양을 널리 알리고 주변 환경과도 조화를 이루는 기념공원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건축물 위주의 정적인 공간배치 보다는 기념탑, 시비 등 조형물 위주의 동적인 활동 공간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의 적정성 여부와 함께 장소선정 등으로 용역발주와 기본적인 사업추진 과정에서부터 진통을 겪어온 이번 사업은 창평 유천리에 총 사업비 32억원을 들여 구한말 의병장인 창평출신 녹천 고광순 기념관 조성사업이 이미 추진돼 오는 2010년 완공될 예정이어서 “의병관련 유사사업 2개를 동시에 별개의 장소에 추진하는 것은 과잉,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지역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역 문화계 인사인 김모(55세)씨는 “제봉 기념시설은 선생의 고향인 광주 대촌 포충사와 왜적과의 전투에서 선생이 순절한 충남 금산 종용사 등지에 사당과 충혼탑 및 동상 등이 이미 건립돼 있다”며 “담양에 집결ㆍ거병했다는 단순 이유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존 기념시설과 유사한 사당형식의 추모시설은 예산낭비일 뿐이며 누가 봐도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지역민들은 “의병 창의와는 전혀 무관한 관광지 인근에 추모시설이 들어서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의 천덕꾸러기 시설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며 “기왕 추진할 사업이라면 고경명 선생의 후손이 살고 있으며 녹천 기념관이 있는 창평면이 적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한결같이 우려감을 표시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삼지천마을 등 옛 전통이 살아 숨쉬는 창평에 제봉 추모시설이 들어서면 녹천 기념관 등과 연계할 수 있어 창평면민들은 이같은 논의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郡이 군민들의 여론을 외면한채 무리하게 담양 5일시장 재개발을 추진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를 교훈삼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제봉 창의사업이야말로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심사숙고해 사업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지역민들의 중론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