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제봉 고경명(1533-1592)은 광주 광산출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그의 아들 2명과 동생 2명 등 일가족 5명이 왜군과의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애국자 가문이다.
그의 둘째아들 학봉(鶴峯) 고인후는 아버지 고경명과 함께 금산전투에 참전, 전사했고 그 후손들이 창평에 뿌리를 내려 지금의 ‘창평고씨’ 가문을 이루면서 ‘한국의 명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창평고씨가 ‘한국의 명문가’로 손꼽히는 이유는 학봉의 후손들이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 ‘의병운동’ 과 ‘신교육운동’ 등 문무(文武)를 동시에 주도한 선각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한말 의병운동의 선두에 선 녹천 고광순(학봉 11세증손), 호남최초의 근대학교인 ‘창흥의숙’을 세운 춘강 고정주(학봉 10세손)가 모두 그의 후손들이다.

이처럼 ‘창평고씨’ 가문은 제봉 고경명이 담양 추성관에서 창의한 이래 학봉 고인후로 부터 창평에 뿌리가 내려지고 가계가 이어져 현재 한국의 훌륭한 명문가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지금 담양에서는 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의병장 고경명을 기리는 대규모 창의(倡義) 기념사업을 두고 담양군과 군민들간에 적지않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갈등의 핵심은 사업의 적정성 여부와 함께 중복투자, 장소 선정 등으로 용역발주와 기본적인 사업추진 과정에서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창평 유천리에는 총사업비 32억원을 들여 구한말 의병장인 창평출신 녹천 고광순 기념관 조성사업이 이미 추진되고 오는 2010년 완공될 예정인데 여기에 담양출신도 아닌 고경명 기념관까지 의병관련 유사사업 2개를 동시에 별개의 장소에 추진하는 것은 과잉,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틀린말이 아니다. 고경명의 후손인 고광순 기념관이 고향인 창평 유천리에 조성되고 있으므로 굳이 유사사업을 중복투자 할 게 아니라 그곳에 함께 추진하는 게 바람직 하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슬로시티 창평이 ‘고경명-고인후 3父子와 2弟, 孫子 고광순’을 기리는 담양 의병의 본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창평은 고경명의 둘째아들 고인후의 묘와 사당이 있을뿐더러 ‘창평고씨’의 始祖마을 아닌가.

창의기념탑을 제외한 의병장 고경명 기념사업 장소 만큼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콘셉도 맞지않는 현재의 담양읍 죽향문화체험마을이 아닌 의향 창평으로 가야 마땅할 일이다.

과거 담양군이 ‘상권회복’ 이라는 미명하에 대다수 군민들의 여론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담양 5일시장을 재개발하여 ‘애물단지’로 전락, 두고두고 人口에 회자되면서 실패한 경험을 교훈삼아 민선4기 ‘고경명 기념사업’ 이 또다시 失政의 꼬리표를 달고 회자 되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