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길 웅(본지 논설위원, 서강전문학교 학장)

약속은 고등동물의 최고의 가치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유학자인 증자(曾子, BC 506~BC 436)의 아내가 시장을 가려할 때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증자 아내는 아이를 달래면서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면 시장에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준다고 아이를 달래놓고 시장에 갔다.

얼마 후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다녀와 보니 남편인 증자가 벌써 돼지를 잡고 있었다. 아내가 남편에게 "나는 아이를 달래려고 한 말인데 정말로 돼지를 잡으면 어떡합니까“라고 묻자 증자는 "당신은 거짓으로 그 말을 했겠지만, 아이는 그 말을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오. 아이들이란 부모를 믿고 어른들의 흉내를 내고 부모를 따라 배우기 마련이오. 어미가 자식을 속이고 자식이 어미를 믿지 못한다면 장차 어떻게 자식을 가르칠 수 있겠오"하며 끝내 돼지를 잡아 아이에게 약속을 지켜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토록 약속의 상대가 제아무리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약속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고사의 교훈이라 생각된다. 요즈음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광고나 인터넷상의 선전문구를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을 때가 많다. 모모 식품을 복용하면 잠자는 시간에 뱃살이 빠지고 몸매가 하루만에 고쳐진다던가, 병을 한방에 날려버린다던가, 신이내린 명약이기 때문에 세병만 복용하게 되면 만병통치가 된다는 선전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된다.

어찌보면 대중을 상대한 약속위반인지도 모른다. 하기야 물건하나를 팔기위해서 그럴싸하고 진짜같이 선전하는 것이기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 상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짜명품시계사건이나 가짜양주사건, 가짜휘발유등 대중을 상대하여 속이는 것은 사회와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정치인들이 공약을 해놓고 실천하지 않는 것도 명백한 약속위반이며, 법이 정해놓은 규정을 위반하여 의원직이나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도 사회적 약속을 위반했다고 봐야한다. 요즈음 우리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거짓과 현혹감을 주는 일이 많다. 그러기에 속는 사람만이 바보라는 말이 생긴다.

사회가 이토록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22일에 직권상정으로 미디어관련법이 통과되었지만, 그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누가 누구에 대한 약속위반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여야의 소리를 들어보면 서로가 서로를 속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생법안문제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춘추시대의 증자라는 사람은 자기아내가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봐 아들에게 아내대신 약속을 지켜주었고 그로인해 그 아들은 사람들의 약속을 중히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정부에서 대 운하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하고, 4대강을 살리겠다는 사업은 추진키로하여 이미 기초조사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곧 대운하 사업을 하려는 기초사업이라 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속고 사는 세상이기에 미덥지 못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작은 것일지라도 약속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개인은 물론 국가나 사회도 약속의정도 (正道)가 지켜질때 더욱더 발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