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이 군민장(郡民葬)과 군장(郡葬)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조례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조례제정의 취지는 지역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기고 죽어 군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 공무수행과 관련해 사망한 공직자를 장례로써 나마 ‘대우’ 하겠다는 것이다.

그 뜻과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군민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 앞서 반드시 군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 있다. 군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대상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수 기득권층과 특정인, '담양의 오적(五賊)' 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염두에 둔 조례 제정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되는 일이다.

예로부터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 이라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다. 사람은 죽어서도 명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므로 담양군민의 이름으로 치르는 명예로운 ‘군민장’, ‘군장’은 그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아주 엄정하고 신중해야만 한다. 살아있을 때 한두 분야, 한두 가지 공적만으로 賞을 주는 ‘군수상’, ‘군민의 상’ 과는 본질부터 틀려야 한다. 잘했다고 주는 賞은 조금만 잘해도 줄 수 있고 특정분야에 기여하고 공헌 해도 줄 수 있는 것이지만 죽어서 받는 賞인, 군민장(郡民葬), 군장(郡葬)은 절대 남발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본인과 그 자손에게 길이 그 이름을 남기게 될 가장 명예로운 賞이 될 군민장, 군장은 무엇보다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동의가 가장 우선시 돼야하고 그 바탕위에 공적이나 공헌의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적과 공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상자의 일생에서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過誤와 허물이 없는, 그래서 지역사회 대다수가 인정하고 동의하고 존경받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단지 공적, 공훈만 가지고 따지자면 살아있을 때 받는 賞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민장, 군장의 명예를 부여할 대상자는 가장 심사숙고하여 선정해야만 한다.
군수와 기관단체장, 직능대표 등 불과 몇 사람의 지역유지들이 대상자를 결정하는 주관적 장의위원회 심의만으로는 군민 대다수의 뜻과 여론을 담보하거나 동의받기 어려운 일이다.
보다 객관적, 민주적인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추천 대상자에 대해 우선 일정수(500-1000명)의 군민을 대상으로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거나, 읍면 마을이장(300여명)들의 가부투표를 통해 2/3이상 찬성할 때 비로소 대상자 심의에 넘기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군민 여론과 이장 투표 등을 통해 추천된 대상자를 최종적으로 장의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군민장, 군장은 그 이름을 올릴 ‘죽은者’의 명예도 소중한 것이지만 남아있는 군민들의 명예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한번 잘못된 선택은 그 부끄러운 선택으로 인해 두고두고 역사에 남아 후손에게 면목이 없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