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종 한(전 농협 담양군지부장)

영산강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담양군 용면 시원지에서 강물을 따라 내려가면 추월산 금성산성 비경을 담고 관방제림의 녹음을 머금으며 대숲 소리 바람소리가 더욱 소슬 청아하고 송강정 소쇄원 누정 문학 글 터를 지나 흘러가고 있다.

담양을 호남가에서 백리 담양 흐르는 물이라고 노래했듯이 물이 풍부해서 농사짓기가 편리하고 140만 광주광역시 대도시를 배후로 하고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도시 근교 농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장 등 기업유치에도 적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풍광이 수려하고 문화와 관광자원이 풍부한 공동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농촌이 어렵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농촌은 노령화와 가난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담양은 전형적인 농업군(農業郡)이다. 지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고 부가가치 농업과 관광 문화산업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모내기를 하는 들판에 나가보면 논주인은 대개 70세에 가까운 노인이 대부분인데 젊은이 트랙터를 반기면서 묘판을 실어주고 있다.

쌀값은 내리는 건 아닐는지 그리고 수매는 잘 될 것인지 걱정거리가 많다. 농자재 비료 값은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뒤로 간다. 이문도 없는 농사를 무엇 하러 짓느냐고 물으면 누워서 천장만 처다 볼 것이냐고 되묻는다.

자본도 없고 고령의 노동력이기 때문에 신규 작목 입식도 안 되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를 말하는데 생산비를 보장하면서 수매를 해 준다면 농토도 보전하고 많은 간접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데 정부는 한사코 농사를 지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곡 수매장을 돌아다보면 내년에는 보리농사도 짓지 않는다고 말한다. 너무 바쁘고 품삯도 안 되니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농촌 노인들은 무얼 먹고 살아야 되느냐고 하소연이다. 농업인은 고령화되어 복지 문제와 함께 풀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나라사회복지제도의 기본 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농업인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 무엇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 이유는 정부의 평가기준인 재산소득 환산액이 농업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농업도 패턴이 바뀌고 있다. 홀로 거울보는 남자가 많다고 한다.

노화방지 천년초 선인장 재배, 블루베리를 심어 항산화 작용과 생리 활성화에 탁월한 효과가 재배기술 편이성 때문에 재배면적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요사이 블루섬머라고 경쟁자 없는 소비시장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농업도 사회현상이라는 것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핵가족, 독신이 많아 수박도 크기가 작은 것을 선호하고 있다. 외식 산업 소포장도 그런 연유이다. 건강 웰빙 식품 친환경 농산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요사이 농업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비료 값 정부 보조금 등을 전면 검토한다고 하니 농업인의 시름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농촌의 역사성 특수성은 무시하고 정부는 효율과 개방에 대해서만 집착하고 있다.

기업농으로 농촌을 이끌 것이냐 가족농이냐 하는 이분법적인 논쟁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촌에 맞는 농업정책을 펼쳐야 한다. 대형 유리온실을 짓는 곳이 있는데 투자와 소득 관계를 신중히 검토되어야 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담양은 시설채소 특히 딸기에 대해서는 특화되어 있다. 종묘상산부터 가공, 판매, 기술 등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요구된다. 봉산면 와우딸기 생산농가들은 조금 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수확하고 선별해서 판매장에 보내고 있다.

토양의 미량요소 등을 위해서 비닐하우스를 철거해서 벼농사를 하고 수확이 끝나면 다시 설치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농업인의 건강이 걱정된다. 선별은 공동선별장에 맡길 수 있도록 수수료 등을 협의해서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소득만으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 수 없다. 농촌의 문화를 국민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린 투어리즘을 위한 농촌체험마을, 민박, 팜스테이로 도농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수북면 황금리에 녹색농업체험마을을 보면 친환경 유기농산물인 먹거리와 황금 들노래 농경문화 그리고 농촌 주거 영산강 강변 등 녹색 농촌체험을 할 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나무 속처럼 비어있는 농촌에 농업인과 함께 새 희망을 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