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길 웅
(본지 논설위원, 서강전문학교 학장)

우리는 언제나 후세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교육에 대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장이나 현실을 비판하기도 하고, 크게 질타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헌정사(憲政史)를 기억해보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본이 되고 귀감(龜鑑)이 될 만한 지도자의 모습은 극히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 아무리 올곧고 도덕적인 것을 가르친다 하여도 사회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귀감이 되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정서는 흐트러지고 말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세간에 오르내리는 뉴스를 보면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어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얼마나 큰 잘못이 있기에 뉴스가 저토록 요란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찌 보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公人과 私人의 입장은 다르고 公人이라 하더라도 직위고하(職位高下)가 다르며 권력의 범주가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통령이라 하면 한 국가의 최고의 통치자이고 국부 (國父)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무엇이 부족하였기에 부정한 돈에 탐욕을 부렸다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전직 대통령들이 부정한 비리나 부정부패에 직접 간접으로 연루 되지 않았던 사실이 드물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수치일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충격이 되어 정서함양에 해로운 효과를 주게 됨으로 크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 제아무리 정의와 참된 도덕을 가르친다 하여도 윗물이 맑지 않고서는 아랫물이 맑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떤 면으로는 사회교육이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보다도 광의 (廣意)적이고 직접적인 지적문화에 영향이 크게 미친다는 이론이 성립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국가위상은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역대 통치자들이 독재나 부정부패 혹은 친인척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던 통치자가 드물었으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정의는 무엇이며 참 도덕은 무엇이냐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직당시 친인척 비리와의 단절과 공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를 철저하게 따져보자는 뜻을 여러 차례 언급한 사실이 있었다. 그리고 서민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의 조사대로라면 우리 국민은 실망을 금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특히나 봉하마을에 궁전같은 집을 지어놓고 방문객을 맞아들이며 귀향 (歸鄕)생활을 하는 모습은 스스로 어니스트의 큰 바위 얼굴을 연상케 하였으나 실망을 주게 된다면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감의 농도는 더욱 더 높아질 것이며, 정치를 하려는 후학들에게는 좋지 못한 선례(先例)가 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됨은 물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는 국가 위상이 훼손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그러나 정치인들의 영민한 판단으로는 국민들의 원성이 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