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피해 관객들이 자리를 뜨자 썰렁한 객석을 등진채 공연을 펼치고 있는 실버합주단.

매주 주말이면 죽녹원을 찾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지역문화 예술을 선보이며 또하나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죽녹원 야외공연장이 제기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선 관람석의 해ㆍ비가림 시설 등 몇몇 시설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3시, 죽녹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담양문화원 실버합주단(단장 함종호) 연주회는 다소 황당한 무대가 연출됐다.

더운 날씨탓에 관람석이 ‘땡볕’에 완전 노출돼 있다보니 대부분의 관람객이 객석을 외면하고 그늘을 찾아 공연무대 뒷편 벤치에 앉거나 전망대 2층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연단은 무대장치를 180도 뒤바꿔 관람석을 등지고 공연을 펼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죽녹원 공연장을 찾은 지역 문화계인사 김모(50세)씨는 “이렇게 훌룡한 야외공연장을 갖추고도 해가림 시설이 없어 공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돼서야 곤란하지 않나. 아직 4월임에도 이정도니 당장 코앞에 닥친 대나무축제기간도 문제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관객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공연을 펼칠 수 있겠냐?”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와는 별개로 관객들이 자연스레 공연장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여건 조성을 위해 무대와 객석 위치가 서로 뒤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 위치의 죽녹원 야외공연장은 구조적으로 관객이 접근하기 용이한 동선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문제로 수차례 담양군 행정에 개선을 요구해 왔다는 담양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죽녹원 공연장 형태는 청중을 유도하는 분위기 구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죽녹원 공연장 특성상 공연중에라도 관객들이 자연스레 동참하기 위해선 대나무숲과 마주한 길쪽에 관람석이 위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자가 공연시작전 관객을 유도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공연안내 맨트를 날리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 역부족으로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관객이 분위기에 맞춰 자리를 메꾸거나 아니면 객석이 텅빈 상태에서 초라한 공연이 이루어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기자와 함께 공연장을 둘러본 군의회 박종원 의원은 “죽녹원 야외공연장은 외지 관람객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도 소중한 문화공간이다.”며 “현재 야기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조속히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하여 군 관광과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연장 시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심사숙고 하고 있다. 천혜의 대숲 경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적 감각과 실용성을 겸비한 해가림 시설을 갗추기 위해 전문 시설업체에 여러 시안을 의뢰해 놓았다.”며 "조만간 시설 보완을 통해 명실공히 담양의 또하나의 명물로 자리매김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어서 탈의실이 없어 출연자들이 의상을 갈아 입을 때마다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공연장내 자체 전기시설이 없어 음향설비 설치시마다 전망대에서 전력를 끌어 쓰다 보니 미관상 보기 흉할 뿐만 아니라 전선에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의 위험마져 상존하고 있다.

또한 상설 공연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담양읍 주민 이모(45세)씨는 “아무리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 공연이라 할지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가급적 공연자와 관객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즐겁고 신명나는 공연 프로그램 위주로 무대를 꾸미는 것도 중요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죽녹원 야외공연장은 대숲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멀리 관방천을 조망할 수 있는 컨셉으로 최초 설계 시공됐으나 이후에 공연장 마주편에 전망대가 들어서며 원 취지가 많이 퇴색된 가운데 시설 보완 등 지속적인 개선 여론에 직면해 왔다. / 김관석 記者 kskim32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