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1박2일이 방영된 바로 다음인 지난달 둘째주 토요일.

담양읍 주변도로 교통이 완전 마비됐다. 담양읍으로 진입하는 10개 도로가 관광객이 몰고온 차량으로 모두 막혀 버린 탓이다.

지난 한달여 동안 전국에서 몰려 온 관광객은 무려 10만명. 가히 이 추세로라면 금년 하반기 중 입장객수 1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일터.

도대체 죽녹원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천문학적인 관광인파가 몰려드는 걸까? 대한민국 웰빙관광 1번지 죽녹원의 진화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죽녹원 대숲향기 바람에 흩날리고...

담양읍 향교리 일대의 오래된 대숲 5만여평에 조성된 테마공원 죽녹원. 하늘을 가리며 빽빽이 솟아 오른 대나무가 온통 숲을 이루고 있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어 있던 몸을 풀고 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이 일상에 지친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 준다.

왕대, 맹종죽, 분죽 등 다종 다양한 대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죽녹원 곳곳에는 정자와 누각, 쉼터가 설치돼 있다. 정자와 누각에 걸터 앉는 순간 대숲의 청량한 기운이 오감으로 느껴진다.

이따금씩 스치는 대숲바람, 숱한 댓잎들이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 대잎차를 마주한 듯 코 끝에 진동하는 대나무 향기, 늘 변함없는 죽로차의 파릇한 잎 등이 오롯하게 보고 듣고 느껴진다.

2004년 개장한 이 죽녹원에는 길이 440m의 운수대통길을 비롯해 체험마을 가는 길(1100m), 죽마고우길(150m), 사랑이 변치않는 길(460m), 추억의 샛길(150m), 철학자의 길(360m), 선비의 길(440m), 성산오름길(150m) 등의 테마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총 길이 3.35km의 이 산책로는 어느 길로 들어서도 막힘없이 다른 테마의 길에 자연스레 들어 서도록 동선이 꾸며져 있다.

댓잎만 먹고 산다는 팬더곰 조형물이 어린이들의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20m 높이에서 쏟아지는 인공폭포도 장관을 연출하며 또하나의 볼거리.

▲산림욕보다 한수 위 죽림욕 효과

대나무 숲길은 밖보다 기온이 섭씨 4~7도가 낮다. 산소가 많아 머릿속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 내는 기분 또한 신선하다 못해 서늘하다.

어찌 대나무숲에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 효과가 이뿐이겠는가? 대나무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혈액을 맑게 하고 저항력도 증가시키며, 자율신경계를 인체에 유익하게 조절해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공기 정화력도 탁월하다. 명산의 삼림욕보다 더 효과가 탁월하다는 죽림욕. 지금 당장 운수대통길로 달려가 보자.

▲담양 죽녹원에 와 보셨나요

죽녹원에는 관광시즌이 따로 없다. 전국 유명 관광지가 세계적인 불황여파에 된서리를 맞아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는데도 죽녹원만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 지난 주말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김모씨(38세)는 아직 대나무의 여흥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다소 들뜬 어조로 기자에게 반문했다.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요. 지금 대나무축제 기간인가요”

그날 오후 죽녹원 출구에서 만난 관광객 박모(45세)씨는 담담한 어조로 담양에 온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담양에 와서 대숲과 강변을 걸어 보니 알겠습니다. 왜 이곳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지를....”

죽녹원 인근에서 특산품점을 운영하는 향교리 주민 박모(58세)씨는 “죽제품이 아닌 대나무숲과 우리고장의 자연환경이 이렇게 큰 대박상품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후 5시를 넘어서 벌써 해는 뉘엿뉘엿 석양으로 물들어 가고 있건만 매표소에 몰려드는 인파는 끊일 줄 모르고 쉼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 김관석 記者 kskim32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