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동초교 49회 졸업기념 사진>

임영수 회장이 담양동초등학교 창립 100주년 총동창회 감사패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학교 다닐때 기억이요? 오늘 밤을 하얗게 지세운들 그 많고 많은 사연을 다 털어 놓을 수가 없지요”

올해부터 담양초동교 49회 동창회를 이끌고 있는 임영수(65세) 회장의 일성이다.

“우리는 6.25를 겪은 세대야. 굶기를 밥먹 듯 했고 어떻게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시절이었지” 어느덧 임회장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 상태에서 학교를 다녔어. 교실이 없어 군대 천막를 치고 공부했지. 겨울이 되면 어찌나 춥던지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 가며 연필을 쥐었지. 어느 겨울엔가는 하도 추워서 도라무통을 놓고 불을 피운적이 있는데 하필이면 천막에 불이 옮겨 붙어 홀라당 타버린 통에 피난하느라 대소동을 펼친 일 등.

임회장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듣고 있자니 마치 기자는 흑백필름으로 1950년대의 농촌학교 풍경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져 들었다.

마침 작년까지 사구회 동창회 일을 맡아 왔던 김대석(62세) 전 회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우리 동창회는 친구간에 나이차가 많아. 나와 임회장도 3살차거든. 전쟁통에는 굶지 않은게 고작이라 학교 다닐 엄두를 못냈지. 전쟁이 끝나고 학교에 가보니 중학생뻘 학생도 있었어. 나중에 그 학생들은 한학년씩 월반도 해주고 그랬지”

“점심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셨나요?“ 궁금증이 발동한 기자가 물었다.

“도시락? 당시엔 도시락이란게 없었어. 오전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 보내 밥을 먹고 오라 했지. 한반에 대여섯정도 그나마 집안 형편이 나은 애들이나 점심을 해결할 정도였고 우리같이 가난한 대부분의 애들은 집에 간들 밥이 있을리 없고 냉수로 실컷 배를 채우곤 했어. 그렇지만 잘 살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를 악물고 공부했지”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자란 세대인 탓일까?

담양동초 49회는 전국 각지, 각계에 걸쳐 성공한 동기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출향 기업인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인 유도실업의 유영희 회장(담주리)을 비롯하여 의료분야에는 풍침의 대가인 경희대 한방학과 교수인 배형섭 박사(담주리), 조선대 의대 방사선과 교수인 허돈 박사(객사리) 등이 있고, 몇해 전 현역에서 예편한 김윤석 중장, 현재 육사 교수로 재직중인 정토웅 대령(양각리) 등이 軍출신이고, 공직에는 광주시테크노파크 김병용 단장(운교리)이 현역에 몸담고 있으며 지역 기업인으로서는 우양공업사 손상수(객사리) 대표와 대한명인접선 제25호이자 담양군향토문화재 2호인 김대석 부채장(만성리)이 고향을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특히 교직에 전현직에 걸쳐 많은 동기들이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양동초 49회 동창회는 지금부터 36년전인 1973년 김대석 전 회장의 사랑방에 모여 첫 모임을 가진 후 35명을 발기인으로 출발했다.

초대회장으로는 전남북도와 제주도를 관할하는 교정청장을 지내다 몇해 전 퇴임해 현재는 서울에 거주하는 양인권씨가 맡았다고 한다.

당시 49회 졸업생 300여명 중 현재 150여명이 동창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동창회는 지역에 따라 담양·광주지구에 80여명, 서울지구에 70여명이 각각 별도의 모임을 갖고 있다.

임회장은 “동창회 창립 25주년을 맞이하여 담양추성경기장에서 돼지 한 마리를 잡고 가마솥에 추어탕을 손수 끓여 당시 은사님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인 것이 크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담양동초 49회가 지역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또 다른 곳에 있었다.

“우리 동창회는 집안에 상(喪)을 당한 친구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상여를 맬 준비가 돼 있지요. 동창회 창립이래 지금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상여를 맸고 지금도 상여가 보관돼 있습니다”

현대화에 휩쓰려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이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이라고는 하지만 특히 동기생들의 애사시에는 자신의 일처럼 서로의 아픔을 껴안고 보듬으며 어려움을 함께해 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찌 그뿐이랴? 그들의 모교사랑 역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담양동초 대강당 개관(1982년)을 기념하여 전면 커튼과 행사용 그랜드 피아노를 기증한 바 있고 후배들의 시청각 자료 활용을 위해 수대의 TV를 기증하기도 했다.

2007년 담양동초 창립 100주년 행사 때는 전체 기수 중 가장 많은 100여명의 동창들이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들어 유영희 동창이 천만원을 쾌척하는 등 49회에서만 1천6백여만원을 총동문회 기금으로 내놓았다.

한때 동창회 기금이 1억원을 넘긴 때도 있었다니 가히 그 세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하겠다.

현재 동초 49회 동창회는 임영수 회장을 비롯 운영위원장에 정상구, 재무 박영규 씨 등이
동창회 업무를 맡고 있으며 부락별로 5개조를 편성 운영하고 있다.
/ 김관석 記者 kskim32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