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종(광주정부통합전산센터장)

전라남도 농정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어느 워크샵에서 일본농업에 정통한 전문가가 전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일본의 저명한 농과대학 연구소에서는 지구상에서 생명력이 가장 질기다고 하는 거머리와 불가사리의 유전자를 추출하여 쌀에 이식함으로써 최악의 지구환경 하에서도 쌀농업만은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민족이 대대로 종사해온 농업은 쌀을 비롯한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생명산업인 동시에 국민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농촌사회와 전통문화를 유지하는 등 그 존재만으로도 매년 10조~30조의 공익적 효과를 가져오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어느때 부터인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신화가 깨지고 농업은 경쟁력이 없는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WTO체제, DDA협상, FTA협정 등 이해하기 어려운 국제무역용어가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우리의 영혼이 서려있는 농산물 시장의 빗장이 풀리고 농업의 입지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농업대국이다. 이들은 농민없는 국가는 없고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음을 일찍이 인식하고 농업을 보호․육성해왔으며, WTO 출범 이후에는 농업정책을 시장지향형으로 전환하면서도 농업인의 소득은 직접 지불을 통해 보장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농업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 전통농업에 첨단과학과 현대경영기법을 접목하는 등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농업은 요즘 말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투자재원을 마련하여 농업인과 농업.농촌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범정부차원의 대책을 집행해 나가야 한다.

오늘의 농촌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농업인의 자구노력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답은 멀리에 있지 않다. ‘이천쌀’ ‘성주참외’ ‘거창사과’ ‘횡성한우’ 등 소비자가 높은가격을 지불하고도 기꺼이 구매할 수 있는 명품 농산물을 만들어 내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과 농협, 농업인이 손잡고 우리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성장가능성 있는 대표작물을 선정하여 생산에서 가공.유통에 이르기까지 공산품과 같은 품질관리와 백화점 수준의 고객관리 기법을 적용하여 전국시장을 지배할 수 있고, 나아가 수출까지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 농산물을 만들어 내야한다.

요즈음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나라의 경제가 어렵고 각 산업부문이 침체와 구조조정의 칼날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농업도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비료값, 사료값 등 농자재 값은 올라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산업이다.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농업과 농촌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