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서울대 수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창남(18·창평면 용수리) 군과 그의 어머니는 아침마다 다른 학교로 등교한다.

어머니는 집 근처 창평고로, 김 군은 버스를 약 30분 가량 타고 읍내의 담양고로 간다.

그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만성 신부전증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어머니는 학교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갔다.

"어머니는 제가 중학교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에게 밥을 퍼 주고 계세요. 처음에는 좀 창피했는데 친구들이 오히려 어려운 사정을 알고 감싸줘서 지금은 괜찮아요"라며 담담하게 대답하지만 김 군은 4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가끔 원망스럽다.

병원 치료를 받는 아버지 병수발을 들면서 홀로 포장마차에, 농사에 궂은일을 마다 않던 어머니는 요즘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는 급식조리원 일이 힘에 부친다고 한다.

학원이나 과외 교습은 꿈도 꾸지 못했던 김 군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서울대가 올해 처음 도입한 기회균형선발전형을 통해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에 합격했다.

왜 생명과학부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김 군은 "아버지는 신장을 이식받지 못해 돌아가셨습니다. 우리처럼 어려운 형편에 장기 이식은 '먼 나라 얘기'더군요. 장기 이식이 보편화돼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김관석記者 kskim32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