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가 끝나가는 농촌에 농산물 절도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예방대책이 이를 따르지 못해 農心을 울리고 있다.

봉산면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정00할머니는 최근 애써 수확한 고추를 말리기 위해 마을 앞 도로에 야적하고 잠깐 집에 들어와 일을 보던 사이 몽땅 도둑 맞았다. 지난 봄부터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자식처럼 정성껏 키운 10포대나 되는 고추였다.

수확철 가뭄으로 올해 고추 농사마저 흉년인 탓에 수확량도 예년에 훨씬 못 미친데다 비료값, 지주대 등 농협에 갚아야 할 외상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속이 더 상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큰 홍수와 태풍이 없어 관내 거의 모든 들판이 누렇게 익는 벼가 고개를 숙이는 풍년농사가 됐지만 농작물을 도둑맞은 농민들의 가슴은 검게 타고 있었다.

수북면 김00씨는 “일손도 부족한 형편에서 어렵사리 볍씨를 뿌려 모를 내고 가을 수확을 해 한해 농사의 보람을 찾는 가 했는데, 마을 어귀에 야적한 벼 5가마를 누군가 몽땅 트럭에 싣고 도둑질 해 가버렸다”며 망연자실 했다.

농촌지역을 돌며 전문적으로 농산물을 탈취해가는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이다.

경찰에 의하면, 수확기 들어 농산물 절도사건은 10여건내외지만 신고 안 된 것을 감안하면 수십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듯 천재지변인 태풍과 홍수를 비켜가며 한해동안 애써 수확한 벼 마저도 한순간에 송두리째 도둑맞는 ‘人災’ 로 인해 농민들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고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야간을 이용해 인적이 드문 마을의 허술한 야적장소를 노려 순식간에 농산물을 트럭 등에 실어 마을을 빠져나가지만 농민들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간에 차량을 이용하는데다 기동성까지 갖춰 농민들로서는 감시와 추적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경찰의 농산물 방범 예찰활동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
경찰이 순찰을 돌고 일정한 곳에 ‘목’을 지키긴 하지만 방범범위가 넓어 검거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담양관내 350여곳이 넘는 농촌마을 전체를 동시에 지킨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정에 따라 농민들은 경찰의 방범활동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농산물 도난 방지 대책으로 담양군이 예산을 세워 마을 진입로 등에 방범용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 농민들은 “요즘 농촌에 밥 못먹고 사는 사람 없으니 도시락 먹이는 예산으로 마을에서 마음 놓고 수확한 벼를 말릴 수 있도록 수확기 농산물 도둑도 잡고 농번기철 농촌빈집을 털어가는 좀도둑도 막는 CCTV나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경찰은 “한번 도둑맞은 농산물은 찾기가 무척 어렵다” 며 농민들이 1년 내내 정성들여 지은 농사를 하루 아침에 절도당하지 않도록 낮에 널어 두었던 벼를 야적하지 말고 밤에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 김상민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