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되는 증인들 번복에 ‘위증’ 엄중 경고
10월 13일 404호 결심, 구형

증인들 답변이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무색케 하고 있다.
뇌물수수 등 비리혐의로 재판중인 이정섭 군수 측 증인들이 붕어빵 찍듯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과 재판부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난 17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단독(담당 류승룡 판사) 302호 법정. 오전 9시 30분 개정한 이날 재판에 후폭풍이 몰아치리라고는 아무도 짐작치 못했다.

먼저, 지난 8일 3차 공판에서 두 명의 중요증인 모두가 “모임을 갖고 있다 갑작스레 검찰에 불려가 경황 중에 한 진술이어서 기억나지 않고, 떨리는 마음에 읽을 수도 없어서 서명날인을 하긴 했으나 진술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다”라고 말하거나, “나이 먹은 사람에게 체포영장을 눈앞에 들이대며 연행해 너무 놀라 어떤 말을 어떻게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검찰피신조서의 진정 성립 문제를 제기한 적 있다.

그러나 17일 이날 4차 공판을 속개하며 변호인 측은 “공판준비기간 중 서면으로 제출했던 검찰피신조서의 진정 성립을 인정한다”며 검찰조사 내용에는 문제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따라 원활히 진행될 것 같던 이날 심문은 증인들이 또 다시 중대 사안에 대해 번복하면서 다시 큰 벽에 부딪혔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구속수감돼 보석으로 풀려나온 이정섭 군수의 친형 이모씨는 첫 증인으로 나와 “사돈인 박모씨에게 돈 받은 것은 사실이나 동생인 이정섭에게 인사채용을 청탁한 사실은 없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빨리 풀려나고 싶은 마음에 같은 방에 있던 재소자들이 ‘검찰에서 시킨 데로 하면 빨리 나갈 수 있다’고 코치해 허위로 자백했다”는 등의 진술로 일관, 자신의 말대로라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이 돼 검찰을 당혹케 했다.

이어 나온 또 다른 피고인의 증인 김모씨마저 사안의 중요한 시점에 대해 번복을 일삼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검찰도 급기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추석이라는 기억하기 좋은 날이 있어 증인 스스로 기억해 진술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진술을 번복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고 부탁받았기 때문 아니냐”고 심문하며, 연이어 “사건이후 피고인이나 그 관련자들과 연락한 적 있냐”고 묻고 “없다”고 답변하자 “통신내역을 조사하겠다”고 고지했다.

다음 증인으로 출석한 이군수 문중 측 증인 이모씨. 이모씨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자 이번에는 재판부가 발끈했다.
담당판사인 류승룡 판사는 “문중의 재무로서 종중의 큰 재산이 입출금 돼 당시 그 기록을 작성·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물으며 “증인으로서 사실만을 말해야 된다. 위증죄가 큰 죄인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며 실체적 진실에 대해 진술할 것을 유도했다.

그러나, 끝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판을 이끌던 ‘돌부처’ 류 판사로부터 ‘마지막 경고’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군수 문중 측의 또 다른 증인 한 명이 증언대에 들어서 “검찰이 나의 진술을 무시하고 속기록을 작성하다 지워버렸다. 내 말이 진실인데 자신들에게 불리하자 기록을 삭제했다”며 큰 소리로 계속 주장했다.

이에 검찰이 “증인의 진술은 앞선 증인들의 진술내용과 대동소이해 진술로서의 가치가 없어 진술을 채택하지 않았을 뿐이며 당시 검사실에는 속기할 속기사도 없을뿐더러 작성된 피신조서도 없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증인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고 “이 억울함을 어디 가서 호소해야 하냐”며 재판부나 검찰의 말을 무찌르고 자신의 말만 계속 이어갔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으로서 품격을 지키고 안정되게 진술할 것을 재삼 고지했으나 증인이 진정치 못하자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흥분하지 마시고 묻는 말에만 답변하세요”라는 엄중한 경고가 나왔고 순간 재판정은 찬물을 끼얹은 듯 긴장했다.

이렇듯 연이은 증인들의 번복과 재판부의 엄중경고에도 불구하고 심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다음 공판기일은 10월 13일로 잡혔다.

재판부와 검찰 및 변호인 측은 다음 공판기일은 10월 13일 오전 10시에 개정하며 오전 중 6명의 관련 공무원을 증인으로 출석케 해 3명은 검찰피신조서에 대한 진정 성립에 관해서만 묻고 3명만 심문하기로 하며 오후에는 피고인 심문을 하자는데 합의, 이날 결심할 것을 동의했다.

따라서 모든 심리를 마치는 결심과 함께 구형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구형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돼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병합심리로 피고인이 4명으로 많은 데다 지자체 단체장의 사건으로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판단돼 선고는 구형이 있은 후 적어도 3주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준 記者